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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그 두 번째 이야기

매일 새벽 글을 쓴 지 100번 째 날이 밝았다. 이날은 스몰 스텝의 두 번째 책 '스몰 스테퍼'의 펀딩이 시작되는 날이다. 정말 우연이었다. 나는 한 주쯤 후에 펀딩을 시작하길 바랐으나 출판사는 더 미루는 건 곤란하다며 일정을 앞당기자고 했다. 마침 오늘은 스몰 스텝의 16번째 정기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기왕이면 정모 때 펀딩을 소개하는게 좋겠다며 오늘로 날짜가 정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떠 보니 100번 째 글을 쓰는 날이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신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스몰 스텝이 한 '개인'의 손을 떠나 '모두'의 운동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는 아닐까? 첫 번째 책이 스몰 스텝을 통한 한 개인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면, 두 번째 책은 이 과정에서 함께 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은 오랫동안 브런치를 통해 연재되기도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역시 변화된 스몰 스텝의 의미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나 개인에게 스몰 스텝이 주는 의미는 너무도 명확했다. 하루의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을 통해 나는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를 움직이는 숨은 힘(Driving Force)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이전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다. 모임을 하고, 강연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결국엔 박요철이라는 이름으로 일할 수 있는 여러 사람과 기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기억할 때 스몰 스텝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브랜딩'이 된 것이다. 그저 이론이나 희망 사항이 아닌, 내 이름을 걸고 그에 걸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무려 10년 이상 배운 '브랜드'의 실체를 조금은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다워'지는 과정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스몰 스텝을 통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그들은 기꺼의 나의 생각에 동의하고 함께해주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함께 보다 혼자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금요일 밤 맥주 한 캔과 함께 미드를 보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몸이 두 개였으면 좋을 정도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10월 한 달은 스몰 스텝 관련 모임만 예닐곱 개에 달했다. 그 만남들은 다양한 기회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지름길이 되어 주었다. 세상엔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특히 스몰 스텝의 취지를 이해하는 분들과는 다양한 모임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운영진으로 모이고, 미라클 모닝으로 모이고, 토요원서미식회로 모이고, 쓰닮쓰담이라는 글쓰기 모임으로 모였다. 모임은 그 자체로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다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다워지고 있었다.



희원님은 대기업에서 교육 관련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스몰 스텝을 출간한 이후 만난 첫 오프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1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가 없는 스몰 스텝 모임은 상상도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두세 시간 정도의 모임 기획부터 사회, 모임 장소 섭외와 뒷풀이 장소 발굴까지 모임의 거의 모든 과정을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함께해주었다. 그녀의 드라이빙 포스는 무엇일까? 그녀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공간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는 그녀가 따로이 모임을 만들어 '북까페 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독립 서점과 개성 넘치는 북카페를 찾아 다녔다. 그 일을 하는 그녀는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내게도 자극이 되었다. 가능하면 모임의 많은 부분을 위임하려고 애썼다. 지금도 스몰 스텝 모임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매달의 연사는 유명인이 아닌 스몰 스텝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 중에서 결정된다.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범함을 발견하는 기쁨과 보람을 여러 번 맛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나다워'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스몰 스텝을 통해, 그리고 모임을 통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나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생각지도 못했던 유쾌한 글을 쓰는 토욜님도 그렇게 만났다. 그가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짧은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그는 난독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그가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그만의 멋진 글을 수시로 써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글은 재밌다. 공감된다. 유머로 가득하다. 진정성 넘친다. 이런 글이 몇십 편만 모인다면 당장 출간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나에게도 얼마나 자극이 되는지 모른다. 그와 함께 한 글쓰기의 모임의 철칙은 '칭찬과 지지'였다. 어떤 글쓰기 스킬 보다도 모두의 응원이 우리 모두의 글을 변화시켰다.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나 역시 그 글쓰기 과정의 최대 수혜자였다. 이렇게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스몰 스텝 첫 번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모두'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발견하고 변해가는지를 담은 비범한 기록이다. 나는 이 과정을 훔쳐보고 기록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하루 다섯 문장을 함께 학습하는 모임의 중심에는 성봉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영어 강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격주 토요일로 모이는 토요원서미식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짧은 영어 책 읽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다.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을 살리는 영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영어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나이가 들면 더 많은 외국인을 만나고 싶다. 왜 그들이 우리보다 더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비밀을 캐고 글로 남기고 싶다. 해외가 아니라면 이태원이라도 드나들고 싶다. 그들이 내게 전해줄 이야기는 얼마나 놀랍고 신비하고 즐거운 것들일까? 나는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로 즐겁다. 이 가능성을 '이성봉'이란 사람을 통해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펀딩이 시작된다.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나와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까. 그러나 한 편으로는 확신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나답게' 살고 싶어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그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자기 자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들이다. 이 세대는 연령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40대라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영 포티(Young Forty)'라고 불린다. 갑자기 대학 시절 헤비타트 봉사 현장에서 보았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백발에 선글라스를 쓴 그 할머니는 청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갖가지 연장들이 근사하게 매달려 있었다. 게토레이 가루를 꺼내어 물을 타 마셨다. 나는 그 모습에 압도되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렇게 멋있게 늙어가고 싶다고. 나는 그런 삶이 나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평범한 삶이 아니라, 지구의 반대편까지 쫓아가 가난한 사람의 집을 짓는 일에 마지막 여생을 쏟아붓는 삶. 나는 그런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을 매일 같이 만나고 있다.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스몰 스테퍼'라고 부른다.





* 스몰 스텝의 두 번째 이야기, '스몰 스테퍼'를 후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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