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닮쓰담 5주차, 이제 한 주가 남았다. 쓰닮쓰담은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교실의 이름이다.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글을 쓰고 합평을 한다. 아주 가볍게 시작된 이 모임이 벌써 3기의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1기생은 거의 모두 2기로 이어졌다. 그 때문에 2기는 주말반에 이어 평일반을 새로이 개설했다. 3기도 마찬가지다. 주말반의 숫자가 넘쳐 평일반을 모집 중이다. 그렇다면 이 모임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비결?은 한 가지다. 그저 글을 '잘' 쓰는 스킬에 매달리기보다 가장 '자기다운' 글의 소재와 스타일을 찾아가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브랜딩'의 기술이다. 일반 기업에 적용하는 브랜드 솔루션을 그대로 적용한다. 가장 나다운 글을 통해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보자는 취지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여기서 잠깐 5주차 모임이 있었던 지난 주 토요일의 아침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성재님은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그 날로 일본 출장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기어이 이 모임에 참석한 후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자리를 떴다. 그가 5주간의 글쓰기 과정을 통해 찾아낸 키워드는 '무대포'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 말의 뜻은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이 말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그동안 머뭇거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영업 생활을 통해 사람을 부품처럼 돌리는 환경에 환멸을 느껴온 그였다. 뭘 모를 때는 할 수 있던 일이었다. 세상이 짜 놓은 판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억대의 연봉을 약속하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어느 일본인 저자의 책을 번역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그날의 출장도 바로 그 저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백팩 하나만 든채 회의실을 나서는 그에게서 전에 없던 활기가 느껴졌다. '책임감'으로만 살아오던 그에게 필요한 것은 '막무가내'의 정신이었다.
토욜님의 자신의 삶을 분석하는 '토욜분석기'를 개발했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기준을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그 키워드 중에는 유쾌, 상쾌, 통쾌, 명쾌와 같은 발랄한 단어도 있었다. 삶의 만족도와 가치도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그의 삶을 용두사미로 만들곤 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방법은 3일 단위로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는 방법이었다. 그 중 하나가 '스몰 여행'이었다. 반나절 단위로 여행을 다니겠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주기적으로 자신의 삶을 '재충전' 하겠다고 했다. 희원님이 지향하는 가치는 더욱 구체적이었다. 그녀는 좋은 공간을 경험하고픈 자신만의 열망과 갈망을 새로이 발견했다. 그녀에게 공간이란 '자기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최고의 소재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공간을 선호하고, 그 공간에서 가장 큰 만족과 평화로움을 누린다. 오감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 어쩌면 그 공간을 통해 저마다의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그녀가 선택한 솔루션은 복합문화공간에 특화된 글을 쓰는 일이었다. 즉석에서 '나를 발견하는 공간 투어 안내서'라는 책 제목이 나오기도 했다.
지은님의 경우는 그 답을 미래의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친구에게서 찾고 있었다. 아이가 주인이 되는 삶에서 자신을 케어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기만의 삶이 사라지는 불안감이 친구의 삶을 좀먹고 있었다. 누구보다 '자기발견'이 필요한 사람이 막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친구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녀는 이 친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빼곡히 적어와 우리에게 읽어주었다. 시간 관리 방법, 마인드셋 도구, 다이어리, 동기 부여를 위한 스마폰 인증 등...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도구들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몰 스텝과 같은 모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지은님은 하키 국가 대표를 경험한 운동 선수 출신이다. 자신과 비슷한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얼마나 액티브할 것인가.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면 분명 그 안에서 더욱 생산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하는 글쓰기 모임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수다?를 떠는 동안 토요일 오후의 3시간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없었다. 쉬는 시간도 없이, 화장실까지 참아가며 나눈 소중한 대화들이었다.
매일 이곳 브런치에 글을 써온 지 104일째, 그러면서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 쓰는 힘이다. 글은 '잘' 쓰는 것보다 '매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같이' 쓰는 것이다. 내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귀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지원군을 얻는 일이다. 이런 신뢰와 지지가 없었다면 쓰닮쓰담이라는 작은 글쓰기 모임이 지금의 단계까지 다다를 수 있었을까? '쓰닮쓰담'이라는 말은 글쓰기 모임을 마친 첫 날 함께 점심을 먹는 중에 나왔다. 쓰면서 닮아가고 쓰면서 담아간다는 뜻이다. 글쓰기 초보인 스스로를 쓰다듬는다는 의미도 함게 담긴 이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닮아가지 않았다. 자기다워지고 있었다. 어느 새 서로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사람들을 보며 '같이'의 '가치'를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고 쓸 수 있는 공동체, 저마다의 개성을 찾아가기 위해 쉴 새 없이 반짝이는 눈,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저마다의 키워드와 '글감'을 발견한다. 이 지점이 바로 우리가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그런 삶을 오롯이 담은 글을 쓰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우리의 이 글쓰기 여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기나긴 여행만이 남았다. 가장 우리다운 삶은, 글은 바로 이 긴 여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 같이 쓰고, 함께 성장하는 '쓰닮쓰담' 글쓰기 모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