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을 냈다. 세 번째 책은 펀딩 중이다. 네 번째 책은 집필 중이다. 의도치 않게 출판의 생리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시중에 나오는 책 10권 중 8권은 초판(2000권)을 팔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 꼭 사재기가 아니더라도 출판사에서 미는 책은 따로 있다. 아무리 큰 출판사라 해도 모든 책에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는 법이다. '될 법한' 책에 광고와 홍보를 집중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수십만 권의 책을 판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직접 들었다. 그제서야 첫 책의 작은 성공이 가진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출판 강연회 외에는 어떤 광고나 홍보의 힘도 받지 못했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몰 스텝'은 입소문을 타고 소리 소문없이 팔려 나갔다. 스몰 스테퍼들의 도움 때문이다. 정기모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모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그 내용을 브런치를 통해 가감없이 옮겨 적었다. 아마도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진즉에 시장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책이 나온지 2년을 바라보는 지금, 3개월마다 지불되는 스몰 스텝의 인세는 오히려 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책을 내기만 하면 팔리는 줄 안다. 책을 쓰는 과정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의 가치는 읽힐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책을 쓰는 과정은 전체 과정 중 지극히 일부이다. 진짜 게임은 책이 인쇄되어 서점에 깔릴 때부터 시작된다. 친구, 지인, 가족의 힘을 빌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내용이 좋다고 해서 팔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영업 사원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책을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책과 관련된 경험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스몰 스텝, 스몰 브랜드, 스몰 스테퍼까지, 이 '스몰 3부작'의 탄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인 동시에 마케터가 되는 것, 마케터인 동시에 브랜더가 되는 것, 내가 쓴 대로 살아보고 세상에 외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작가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임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이 '스몰 브랜드의 힘'도 조금씩 반응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책 속에 나온 브랜드를 찾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뭇 어렵고 진지할 수도 있는 이 책을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솔직한 반응은 예스 24에 올라온 서평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이 독자는 이렇게 쓰고 있었다.
"개인 브랜드로 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정말 꼭 읽었으면 좋겠고 그런 분들께 선물을 해드려도 너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생각보다(?) 좋은 책입니다."
평범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작은 반전이 있었다. 단순한 칭찬에 그친 뻔한 서평이 아닌 이유는 다음의 한 마디에 있었다. 바로 '생각보다(?) 좋은' 책이라는 두 단어가 내게 쾌재를 부르게 했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비용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기대 그 '이상'을 원한다. 가성비와 달리 가심비는 가격만 가지고 논하지 않는 그들의 속마음?을 대변해준다. 내 책의 어떤 부분을 기대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의 두 번째 책은 기대를 넘은 만족을 독자들에게 주고 있었다. 그 작은 포인트 하나가 이 책에 대한 작은 기대를 갖게 한다. 나는 매일 같이 스몰 브랜드의 소재가 될 브랜드를 찾아 다닌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맛집일 수도 있고, 우연히 발견한 물건일 수도 있다. 소소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일 수록 '스몰'의 컨셉에 어울리는 법이다. 세상엔 그런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도시도 브랜드이고 공간도 브랜드이다. 사람도 브랜드이고 학교도 브랜드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브랜드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오랜 훈련의 결과이기도 하고 내 관심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진심 그 작업이 즐겁다. '스몰 브랜드의 힘'은 아마도 연작 시리즈로 세상에 나올 것이다. 이 책은 그 작은 출발선에 불과할 뿐이다.
생각보다 좋은 책을 만들어서 흐뭇한 하루였다. 앞으로 그런 브랜드를 발견하는 일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이 책을 매개로 더 좋은 기회와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스몰 스텝이란 작은 책이 지난 2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어제 점심을 먹은 '연안 식당'도 흥미로운 브랜드 중 하나다. '바다'를 컨셉으로 잡은 이 식당은 '꼬막 비빔밥'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4050 세대를 타겟으로 했지만 건강식을 선호하는 20대들에게도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인근에서 간판만 보았던 '일호 미역'도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식당이다. 언제나 조연이었던 미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니. 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힘든 그 지역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식당들이 즐비했다. 이런 소소한 발견의 기쁨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내 기대에 부응한 곳이라면 독자들의 기대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크고 거대한 외국 브랜드의 이야기보다, 걸어가면 닿는 곳에 있는 작은 식당도 얼마든지 훌륭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배우고 경험한 지난 3년이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좋은' 경험을 준 적이 있었던가. 그것이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평범한 삶이 비범해지는 순간이다. 그것이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 저자 직강 '북토크'를 통해 미처 전하지 못한 '스몰 브랜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