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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간의 행복한 글쓰기 여행

매우 즉흥적인 제안이었다. 가능하면 더 많은 분들과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매일 한 줄이라도 함께 써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황홀한 글감옥', 그 네 번째 시즌을 시작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5000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원하는 분에 한해 5000원을 받은 후 마지막 날 서로 선물을 나누는 신나는 쫑파티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솔직히 몇 명이나 지원할까 싶었다. 그런데 무려 50여 분이 참여했다. 정말로 축제가 되었다. 만 원도 아닌 5000원의 행복인 셈이었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 그렇게 60일의 여정이 끝나고 쫑파티로 모였다. 지방이나 해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생전 처음 페북 생방송을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참여 금액에 맞춰 선물을 준비하고, 즉석에서 제안한 사다리 게임으로 당첨자를 찾았다. 완주자들에겐 더 높은 당첨 확률이 주어졌다. 온오프라인이 한 마음으로 떠들석했던 금요일 늦은 오후의 작은 축제였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매일 쓸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쓰려면 함께 쓸 수 있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지지와 격려만큼 글쓰기에 힘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유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의 생각을 민낯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다름아닌 글쓰기다. 부끄럽고 두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글쓰기에 왕도가 없다지만, 나는 어떤 의미에서 '황홀한 글감옥'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지름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일 스무 명 이상의 사람이 빼곡히 자신의 글쓰기를 단톡방에 인증한다. 그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써야겠다'는 마음이 동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굳이 그들의 글을 모두 읽어보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그 때문이다. 나와 함께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이 성공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오프라인에서 축제로 만나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뒷풀이 자리가 유독 흥분되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 수 있었다. 글감옥을 탈출한 사람들의 유쾌한 잔치였다.


매일 함께 글을 쓰고, 글의 주소를 단톡방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시즌5 역시 60일 동안 함께 글을 써보기로 했다. 5000원 프로젝트도 계속하기로 했다. 커피 한 잔 값의 새로운 글쓰기 여정은 열흘 후에 시작하기로 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완주자에게는 100% 확률로 선물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60일 여정을 축하하는 기념품이나 메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시즌이 계속될 수록 2관왕, 3관왕, 4관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의 글은 '나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의 글창고는 두둑해질 것이고, 그들의 글쓰기 근육은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브런치 작가가 될 것이고, 그들 중에서 일부는 실제로 책을 내는 작가가 될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책을 내면 또 다른 의미의 축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우리의 글쓰기 여정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적지다. 하지만 '황홀한 글감옥'의 진정한 의미는 매일의 작은 도전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성공이며, 그 결과로 주어지는 자존감의 상승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며,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진정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시즌4 쫑파티에 함께 나눈 선물들.


어떤 이는 운동을 통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떤 이는 독서를 통해서, 어떤 이는 매일 그리는 그림을 통해서, 어떤 이는 다이어트를 통해서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우리를 만족시키는 욕구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스몰 스텝은 그것을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라고 부른다.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다시 있을까?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의 타인의 기준에 따라 삶의 목표를 정한다. 자신의 숨은 욕구를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타인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일생을 희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 나를 움직이는 진짜 힘을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나다운 삶은 자신의 숨은 욕구의 민낯을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다름아닌 글쓰기이다. 더 쉬운 방법이 함께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은 자신도 몰랐던 나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인도자이다. 게다가 글감옥은 그런 가이드들이 하나 가득이다. 그러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매일 수감과 탈옥을 반복하는 글감옥을 함께 해보자. 다섯 번째 시즌이 코 앞이다. 우리는 글쓰기에 게을렀던, 자기 찾기에 서툴렀던 범죄자?들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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