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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빛나는 행복한 시간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은 강남역 골목에 위치한 토즈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혼자 보내는 토요일이 훨씬 편한 길이었다. 하지만 그 날따라 전에 없던 용기를 내고 모임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아마도 여섯 명이었을 것이다. 여름비 추적추적 내리던 그 길을 뚫고 나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그런데 그 날의 모임이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더 자주 사람들을 만나 더 많은 강연을 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후 모든 일은 순풍을 맞은 배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 모임이 갑작스럽게 커진 것도 아니었다. 대여섯 명이 겨우 모이는 모임이 반 년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몰려왔다. 나는 지금도 이성봉이란 이름의 영어 강사가 눈물을 훔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엔 운영진이 된 그는 왜 그날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혼자 놀기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금요일 밤의 맥주 한 캔과 미드 한 편이 삶의 낙이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줄로만 알았다. 조용히 책 읽기 좋아하고 사색하기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요즘은 그 누구보다 강연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됐다. 강의 대상도 다양해졌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해군부대 군인들, 회사원들, 심지어 중2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반응을 살핀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한 가지다. 나답게 살아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은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 칭찬받고 인정받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다 결국 번아웃이 되고 만다. 그걸 원망할라치면 누군가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그런데 이제는 알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을 스몰 스텝을 통해 만났다. 그들은 살아 있었다. 자기답게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다운 삶이냐고.



나는 답한다. 나의 욕구에 충실한 삶이라고. 그것이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라고. 그러나 그러한 삶을 위해 거창한 실천히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나는 나다운 삶의 시작을 산책에서부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음악을 듣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내가 끌리는 주제들이 더욱 선명해졌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좋은 문장을 필사했다. 뭔가를 꾸준히 했을 때의 작은 결과들이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이런 소소한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나도 모르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강한 에너지기 주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경험들을 글로 옮겼다. 책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 나와 비슷한 실천가들이 모이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만 하면 그 일들이 실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단톡방만 20여 개를 헤아린다. 매일 두 쪽씩 책을 읽는다. 세 줄의 일기를 쓴다. 매일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찍는다.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 인증샷을 올린다. 매일 한 줄 이상의 글을 쓰는 '황홀한 글감옥'은 벌써 5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지금도 이 모든 변화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모았고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나다운 삶은 혼자만의 고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함께 모이고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이 가능해짐을 배웠다. 내가 가장 나다울 때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다. 나의 장점, 나의 에너지가 흘러나가 누군가를 일으켜세을 때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기소침하거나 슬럼프에 빠질 때면 그들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좋은 날만 있지는 않았다. '스몰 스테퍼'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인지 1년 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의견이 달라 얼굴을 붉힐 때도 있었다. 이유도 모른채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이 달라 연락이 힘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비온 뒤의 굳어진 땅처럼 우리는 다시 모였다. 서로의 다름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우리다워졌다. 각각의 유니크함이 더욱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전에 없던 놀라운 힘이 우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영진이란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을 통해 함께 함의 힘을 배웠다. 여러 스몰 스텝 모임을 통해 그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쓰닮쓰담이라는 글쓰기 모임이었다. 서로의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12주간의 여정은 우리의 변화를 선명한 글로 보여주었다. 글을 쓰기 전의 우리와 쓴 후의 우리는 그렇게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브런치는 그런 변화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 묶음이다. 이 여정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당장 연말에 있을 송년회에선 서로를 칭찬과 격려로 힘있게 일으켜세우고 싶다. 함께 고생한 운영진과는 고기를 먹으로 갈 생각이다. 각각의 단톡방에는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할 생각이다. 스몰 스텝이란 이름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떤가. 그들 각각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비상하는 꿈을 꾼다. 스몰 스텝이란 이름을 벗어나 두 쪽 읽기로, 성봉 영어로, 하루 사진으로, 사람책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그린다. 나는 가장 나다운 글쓰기와 브랜딩 수업으로 사람과 기업을 세워갈 것이다. 나다움이 구호로 그치지 않고 하나 하나 현실이 되는 삶, 그런 삶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나는 그러한 성장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써가려 한다. 강연으로 전파할 생각이다. 그것이 가장 나다운 삶임을 스몰 스텝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가능했던 일이니 그들도 가능할 것이다. 그도 나도, 우리 모두가 각각의 자기다움으로 사랑받는 삶, 브랜드가 되는 삶,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멋진 생태계, 그것이 이 짧은 시간의 기록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고 책으로 쓰는 이유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 멋진 사람들이 더 빛날 수 있다면, 나도 그들과 함께 빛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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