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에는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단톡방이 있다. 누구라도 자유롭게 자신이 쓴 글을 소개할 수 있는 방이다. 60일 혹은 100일의 기한을 두고 글을 써온지도 벌써 다섯 번째 시즌, 신기한 일이다. 서른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다양한 주제로 개성 넘치는 글들을 올린다. 나는 가능하면 그 글들을 모두 읽는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내 맘대로 베스트'라는 제목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글들을 다시 소개하곤 한다. 비평과 비판 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싶어서다. 오랜 경험으로 알게된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사람들이 지지받고 응원받을 때 가장 좋은 글을 써낸다는 거였다. 그곳에선 글쓰기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오늘 읽은 글들 중에서는 쩡이님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단 이 글은 '대화'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스킬'이다. 이상하게 서술형의 글보다 인상적인 대화로 시작하는 글은 주목도가 높았다. 글이 생생해지고 주목도도 높아진다. 단 뒤이은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압축적인 대화라야 한다. 명언이나 인용구로 시작하는 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일말의 호기심을 남겨야 한다. 뭣 때문에 이런 말을 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음의 글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메시지도 너무나 선명하다. 최소한의 '배려'를 받고 싶은 심경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원망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글주인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진다. 반면 약간의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상대방을 보면서 나는 저 사람과 얼마나 다를지 되묻게 되기도 한다. 쩡이님의 글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상 보고서다. 그저 있었던 일을 '기록'만 하지 않고 '성찰'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엔딩은 좀 더 보강하면 좋겠다. 어차피 상대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배려를 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다짐으로 끝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배려한 작은 에피소드로 글을 끝낸다면 화룡점정이 될 것 같다. 문득 쩡이님의 다른 글들이 읽고 싶어진다. 이게 좋은 글이 가진 가장 큰 힘일 것이다.
* 황홀한 글감옥에서 함께 글 쓰는 즐거운 수감 생활을 원하신다면... :)
(참여코드: pr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