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데 방법 같은게 있을리 없잖아요."
한쪽 마음이 이야기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글쓰기에 왕도가 없다는 말은 그냥 나온게 아니리라. 그러자 다른 쪽 마음이 이렇게 화답한다.
"텅 빈 화면을 응시하는 그 절망감을 아시나요?"
그렇다. 누군가에게 글쓰기는 좌절과 절망의 대상이다. 어떻게든 써보려 하지만 날마다 고역이다. 수영을 배우고 서핑을 배우는 이들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결국은 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에 관련한 책들은 다음과 같은 선문답만 계속한다.
"매일 쓰세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유롭게 쓰세요."
"자기답게 쓰세요."
"몰입해서 쓰세요."
그 설명이 조금만 더 구체적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요즘은 '황홀한 글감옥'에 올라온 30여 개의 글들을 열심히 읽는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잘 쓴 글은 잘 쓴대로, 모자란 글은 모자란 대로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던 중 어제는 '신연우님'의 글을 읽었다. 새로운 얼굴이다. 글쓰기 방식이 예사롭지 않다. 이 분은 또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풀어냈을까? 그 시작은 다름아닌 사진 한 장이었다.
강아지 두 마리가 나란히 밖을 내다보고 있다. 뭔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가게라면 한 번쯤 들어가서 물어보고 싶은 모양새다. 아마 저자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첫 단락은 이렇게 강아지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화체의 설명이 공감과 궁금증을 더한다. 개를 키우는 친구의 반응이 뜻밖이라 더 흥미롭다. 강아지 목의 멋스러운 스카프도 눈에 들어오고 '영업개 포스'라는 표현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세상사 흥미를 잃은 듯 심드렁'한 강아지 표정을 다시 한 번 살피게 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한 번쯤 쓸 수 있는 표현일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락이다.
갑자기 다른 개 이야기가 뛰어든다. 자신이 다니던 화실의 삽살개 이야가 이어진다. 광안리의 두 마리 강아지 이야기가 전혀 다른 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2주간 머무르던 삽살개의 빈 자리를 '화실에 온 기가 삭... 사라졌다'라고 표현한다. 두 이야기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글을 좀 쓴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쓴다. 하나의 이야기만 쓰면 그냥 서술과 설명이 된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섞어서 쓰면 글은 더욱 풍성해진다. 읽는 재미가 생긴다. 2D 영화와 3D 영화의 차이점 정도라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그 다음이 마무리 글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하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끝내냐는 것이다. 두 강아지의 이야기를 통해 글쓴이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무심한 강아지와 유심한 만남을 비교하며 이야기한다.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무심한 순수한 마음', 그제서야 정작 글쓴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 1 + 이야기 2 + 성찰'이라는 짧은 구성이지만 웬만한 긴 글 보다 짜임새 있게 여겨진다.
많은 이들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서술하거나 설명하는데 그친다. 그렇게 매일 쓰는 것도 훈련이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쓰면 글이 늘지 않는다. 일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쓰는 글은, 바라는 글은 남에게 읽히는 글이다. 그러려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소재만 있고 메시지가 없으면 평면적인 글이 된다. 글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위의 구성처럼 글을 써보는 것이다. 전혀 다른 소재나 상황을 섞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개의 글을 이어주는 메시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선입견으로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는 글은 묘한 여운을 준다. 이런 마음 한 번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짧게 쓰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쉽게 쓸 수 있고 긴 글이 가진 실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단락도 마찬가지다. 짧게 써도 얼마든지 짜임새 있는 글을 써볼 수 있다. 같은 주제의 긴 글 보다 각각 다른 소재와 생각을 가진 짧은 글이 훨씬 임팩트 있다. 단 세 단락을 쓰더라도 입체적인 글쓰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연우님의 글이 딱 그렇게 쓰여 있다.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가 시간을 거스른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긴 여운으로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한다. 한 번 따라해보고 싶은 구성이다. 간결하면서도 쉽고 메시지가 있는 글쓰기, 이렇게 쓰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나도 오늘 분량의 글은 이런 식으로 한 번 써볼까 한다.
* 신연우님의 글 원본을 직접 읽고 싶다면... :)
* 위와 같은 형식으로 직접 써본 글입니다. :)
* 함께 글쓰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글감옥으로 오세요~! (참여코드: pr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