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엄마의 돈 공부를 읽고...
아주 오래지만 선명하게 기억되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롱에 둔 돈 100만 원을 잃어버리시고, 대성통곡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물론 곧 찾아내시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돈의 상실이 가져다준, 그 때문에 우시던 어머니를 보던 마음의 상처는 깊었나 보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 앞에 선하니 말이다. 월급쟁이 15년 생활이 간절했던 이유는 아마도 내게 돈을 버는 일이 어렵고 두렵고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그저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시절이었다. 사업과 나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돈으로부터도 회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회사 밖이 지옥이라고만 생각했다. 회사 안의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부터도 달아날 수 없었다. 마치 평생을 쇠고랑을 차고 살아, 그 고랑을 풀어주어도 멀리 달아나지 못하는 한 마리 코끼리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직장인이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길을 지나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워킹맘이다. 언제나 조용조용하고 다소곳한 그녀의 모습을 직접 보았던 탓일까? 돈이라는 주제로 책을 쓴다는 사실이 진즉부터 뭔가 어울리지 않게만 여겨졌다. 전작이 그랬고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런 사람이니 가능한 일이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꼼꼼하고 빈틈없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오히려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이렇게 돈을 관리하고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일도 가정도 그렇게 지켜왔겠지? 아마도 나이 서른을 조금 넘겼을 터인데, 부동산을 제외하고도 순자본 10억을 모았다는 사실도 내겐 그렇게까지 놀랍게 들리지 않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렇게 성실한 삶의 결과라면 누구라도 수긍할만한 결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텅 빈 통장의 소유자인 내게도 작은 용기를 가져다 주었다.
나는 서평이 읽은 책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읽었던 책이 내 삶에 끼치는 크고 작은 영향에 대해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곁에 두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미처 몰랐던 사실들은 빼곡히 책갈피로 접어 놓았다. 전에 없이 놀라운 사실이 이 책에 적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발 한발 돈을 정복해가는 한 사람의 끈질긴 스몰 스텝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여느 책처럼 부자가 되라고 선동하지도 않는다. 자기 자랑으로 점철된 경박한 느낌도 없다. 언제나 조용하던 친구가 성적표로 자신을 웅변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잘 쓰여진 에세이 한 편을 읽는 기분이다. 그녀가 평소에 쓰는 감성적인 글과는 사뭇 달라 보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삶과 일상을 대하는 조심스럽고 단아한 태도가 '돈'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진 본능적인 두려움을 씻어내주는 듯 하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돈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새해 들어 '부자'가 되기로 작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란 그저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친밀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건강한 몸을 지킬 수 있으며, 돈이 빼앗아간 자유를 하나 둘씩 되찾아 오는 것.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의, 오히려 조금은 남을 돕고 배려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움이면 나는 누구보다도 충분히 부자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보니 돈은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지만 지배의 대상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친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나 할까. 존재만으로도 기쁨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관계, 그런 정도의 돈이란 과연 얼마 정도라야 할까? 나는 다시 고개를 젓는다. 액수를 떠올리는 순간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자신할 수는 있다. 나이 오십을 눈 앞에 두고 내 이름을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진 빚을 조금씩 갚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친구들이 무턱대고 찾아오는 장면을 기뻐하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돈 버는 방법을 배워아고 있다. 조금씩 돈이 좋아지고 친밀해지고 있다. 이렇게 10년쯤 더 살아내면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어머니가 느꼈던 그런 두려움은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내게 그런 작지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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