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욕망의 지도다. 평범한? 40대 대기업 부장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내 옆에 있을 법한 사람이다. 그런데 충분히 객관적으로 보여주는데도 낯설고 가볍다. 그가 욕망하는 것들 때문이다. 스타벅스, 명품 가방, 외제차, 아파트... 나 역시 책 속 부장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2. 잘 읽힌다. 쉽고 짧게 쓰는 좋은 글의 전형이다. 굳이 양장으로 제본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적당한 무게감도 나쁘지 않다. 사실 이 책은 요즘 트렌드에선 비껴서 있다. 최근에 서점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왜 책이 하나같이 문고판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인지. 하지만 이 책, 김 부장 얘기 아닌가. 에세이집처럼 가볍게 제본했다면 오히려 안 어울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3. 논픽션과 가벼운 소설의 딱 중간쯤에 있는 책이다. 리얼리티의 힘을 가지면서도 무리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이 딱 좋다. 적당한 브랜드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브랜드 스토리북을 구성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방송으로 치면 시트콤 정도 되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이 읽기 좋은 패스트 푸드 같은 책이다.
4. 이 책은 궁극적으로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퇴직금은 사기 당했고, 아들은 대기업에 가지 않으며, 와이프는 중개업자가 되었다. 자신은 형이 하는 카센터에서 일한다. 그런데 이게 비극처럼 와닿지 않는다. 가족의 관계는 회복되었고, 아내는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아들은 일의 행복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해서 이 책은 나의 선입견을 가볍게 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