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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Shot 사이즈' 글 하나 주세요

황홀한 글감옥 생활 #08.

스타벅스 메뉴판엔 Shot 사이즈가 따로 없다. 일부러 말해야 하는 메뉴다.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Shot 사이즈 주문은 반갑지 않아서일까? 별다방에 들르긴 했지만 굳이 커피가 아쉽지 않을 때, 나는 피지워터를 마시거나(최근엔 안보이는 곳이 많다), 탄산수를 마시거나 Shot 사이즈를 시킨다. 양도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글'을 주문할 때도 짧은 문장을 자주 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글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톡톡 튀는 랩처럼 읽고 쓰는 재미가 있다. 불필요한 부사와 조사를 덜어내고 주어와 술어만 남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실수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주술이 안맞는 긴 문장을 읽는 것처럼 피곤한 일도 없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책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두고 한 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이 미묘한 차이가 불러 일으키는 긴장감은 의외로 크다. 김훈의 선택은 후자 쪽이었다. 첫 문장이 의례적인 자연의 변화를 묘사한 것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전란의 와중에서 핀 꽃에 대한 사색이 담긴 듯하다. 짧은 문장으로도 이렇게 깊은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Shot 사이즈의 글을 주문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날으는 오리'님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글쓰기 교실에서 만나는 그녀는 말도 글도 긴 편에 속했다. 이건 스타일이니 가타부타 말할 것이 못된다. 다만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써낸 글이 정말로 훌륭하다. 훨씬 잘 읽힌다. 글의 의미 역시 명확하게 와닿는다. 오늘 올라온 글감옥 글들은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굳이 '날으는 오리'님의 글을 고른 이유는 '변화'와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이런 성장을 경험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더 행복한 글감옥 생활이 되기를. 




* 날으는 오리님의 글을 직접 읽고 싶으시다면... :)






☆ 1.10.금. D-35 ☆


30.  선진씨 https://bit.ly/36I9CXq

29. 가람 https://bit.ly/37QpA1R

28. 김선아 https://bit.ly/2QDP78B

27.구본영 https://bit.ly/2FOLaYJ

26.김형순 http://bit.ly/2FDlLkp

25.효짱 http://bit.ly/2NfA9DP

24.낭독이랑 http://bit.ly2T9xbnV

23. 쩡이 https://bit.ly/2tQTqEv

22. 김영균 http://j.mp/35EvOR0

21. 김지은 https://bit.ly/2QGDCgU

20. 나성재 https://bit.ly/2Nb7fEU

19. 자연으로 http://bit.ly/2t5JBT9

18. 하소비 https://bit.ly/37TQExb

17. 그린라임 https://bit.ly/2t3vWMv

16. 안성용 https://bit.ly/306UQHb

15.날으는오리 https://bit.ly/2R5REr0

14. 윤짱 https://bit.ly/2QDWc94

13. 제이 http://bit.ly/39XsCTG

12.오류 http://bit.ly/36HNwo2

11. 피터팬 http://bit.ly/36GqnCn

10. 양작가 https://bit.ly/36HpJV5

9. 길 https://bit.ly/2uzWt4x

8. 평온한 액터정 http://bit.ly/30canWb

7. 심은실 https://bit.ly/36GpMQW

6.여니 https://bit.ly/2tGrq6L

5.진정성의 숲 http://bit.ly/2R0qDW1

4. 천성권 https://bit.ly/39WOzSQ

3.금비 https://bit.ly/35F9w1s

2. 박요철 http://bit.ly/37MuMDG

1. 말그미 http://bit.ly/35EC1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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