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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소설이 될 수 있다면

소설가 김애란을 좋아한다. 특히 초창기 소설집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달려라 아비'의 표지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가난하고 외롭고, 때로는 비루해보이기도 하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여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텔을 찾아나선 어느 가난한 커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들의 삶이 더할 수 없이 디테일하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함께 또 하나의 깨달음이 왔다. 크고 거대한 얘기만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이님의 글을 보면서 소설 한 편을 떠올린다. 누구라도 한 번쯤 경험했을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 습작'이 주는 여운이 만만치 않다. 글 속 주인공은 무슨 이유로,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일까? 택시 기사는 무어라 욕을 했을까?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울고 웃는 그 여자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소설에서의 묘사는 상황 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묘사한다. 손톱을 물어뜯는 장면을 묘사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가진 불안과 초조를 묘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부엌에서 크게 들리는 칼질 소리는 엄마의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묘사에 의미를 담으면 글이 특별해진다. 평범하고 사소한 경험이 스토리로 거듭난다.


글은 읽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독백이 아니라 대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다. 당신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의미없는 수다나 넋두리를 시간을 내어 들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좋은 글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글이다. 질문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제이님의 글이 그랬다. 공감이 되는 상황들이 떠올랐고, 등장 인물들에 호기심이 일었다.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의미'를 담을 때 특별해진다. 늘 쓰던 글에 싫증이 난다면 하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소설처럼 묘사해보자. 단 그 인물의 모든 행동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숨은 사연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그 때 왜 그렇게 반응했는가.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타인은 물론,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제이님이 그런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는 알 수없지만 말이다.





* 제이님의 글을 더 자세히 읽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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