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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웰’ 매니저, 박연경

마리몬드, 마리몬더를 만나다 #04. 

9월의 어느 늦은 저녁,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울숲 근처 3층 붉은 벽돌집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전 직원의 80%가 장애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연 40억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대표도 있었다. 그는 오래전, 30개월 된 둘째 아들에게 자폐 장애가 있음을 알고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막연한 바램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바로 빵과 커피, 인쇄, 제본 사업을 통해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꿈을 이루고 있는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의 이야기다. ‘디웰'은 바로 이렇게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 혹은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 즉 ‘체인지메이커'들을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날 이들이 3층 벽돌집 ‘디웰살롱'에 모인 이유 역시 이진희 대표의 생생한 체험담을 듣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각들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이런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용기를 북돋울 뿐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까지 아끼지 않는 이 일을 기획한 ‘디웰'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참고로 이곳 디웰에서 10m 거리에 마리몬드의 사무실이 있다. 그리고 친하다.)


디웰은 어떤 곳이고,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디웰’은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이에요.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이를 직접 해결하거나, 그런 분들의 교류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죠. 2014년 11월 ‘디웰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어요. 저는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고 있구요. 최근엔 ‘1% 살롱'과 ‘살롱무비톡'을 진행하고 있어요.


‘1%’라면 소수의 특별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뜻하는 건가요?


아뇨. ‘1% 살롱'의 1%는 세상을 ‘1%라도 더 좋게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토크쇼라고 할 수 있어요. 시즌별로 주제가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장애인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살롱무비톡’은 이런 주제와 연관된 영화를 보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고요.


‘베어베터'의 이진희 대표님도 그런 이유로 모신 거군요.


‘1% 살롱'은 사업 그 자체보다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철학이나 비전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은 거죠. 자신의 삶에서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해도 이진희 대표님처럼 그 일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이날은 실제로 발달 장애인을 자녀로 두신 분들도 많이 오셨어요. 몇몇 분은 대표님 말씀을 듣고 뒤에서 울기도 하셨죠.


주로 어떤 분들이 디웰을 찾아오시나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죠. 최근에 시작한 ‘프렌즈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예를 들어 오은비님이 진행하는 ‘Popup play seoul’ 같은 경우는 옛날처럼 같이 뛰어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반드시 놀이터에 가야 하거나 장난감이 있어야만 놀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실제로 작은 공간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종이컵을 자르거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놀기 시작해요. 이런 변화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기 위한 1%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런 ‘프렌즈' 분들이 이미 60여 분 넘게 참여하고 있어요.


평소에 지인들에게 마리몬드 제품을 자주 선물하신다고 들었어요.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반응이 한결같아요. ‘예쁘다'라는 가벼운 감탄. 그러고 나면 제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죠. ‘예쁘지? 이거 마리몬드라는 브랜드인데 어떤 데인지 알아?’라는 식으로. 마리몬드는 ‘꽃'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그런지 한결 가볍고 밝은 느낌이 들어요. 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선물'같은. 그런 면에서 마리몬드가 ‘꽃'이라는 키워드를 잡은 것도 굉장히 스마트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마트한 선택’이란 어떤 뜻일까요?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 자체가 팍팍하달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힘든 이야기까지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영화도 독립영화보다 액션 영화들이 흥행하잖아요. 그런데 마리몬드가 전하는 할머니들 이야기는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줘요. 힘든 시절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저희를 위로해주시려고 하시는 모습, 그것을 감사하게 전하는 마리몬드의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그래서 ‘스마트'한 거죠. 많은 이들이 마리몬드가 주는 위안에 공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성수동 골목 이웃인 ‘마리몬드’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변하지 않는 것이에요.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처음과 달리 일을 시작한 이유(Why)나 미션이 변해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해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조금 씁쓸하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생각에 공감하고 의미를 부여했던 브랜드의 스토리가 변해가는 건 슬프거든요. 친구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요즘이 그래요. ‘회사에 빨리 가고 싶다, 회사에 가서 빨리 그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제게도 놀랍긴 해요. 아마도 ‘감사'라는 말을 그 어느 곳보다 많이 듣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동안 내가 일을 위해 쏟아부은 모든 시간과 감정들에 대한 보상을 한꺼번에 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 이 인터뷰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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