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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규라는, 콘텐츠 자본가를 만났다

빨간 표지의 책 제목 부터가 강렬했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요즘의 내 관심사는 사이드 프로젝트, 파이프 라인 같은 것들이다.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필요 보다는 '그들'의 필요 때문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말한다. 많은 이들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신만의 사이드 잡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변화가 트렌드 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니즈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클라스 101이나 프립, 트레바리 같은 서비스들이 각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꼭 최고가 아니어도 좋으니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나 취향을 받아줄 프로그램들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콘텐츠가 아닐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셜 미디어나 책을 통해 자신의 '남다름'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어제 만난 '회사 말고 내 콘텐츠'의 저자 서민규님도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강남역 인근의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그를 만났다. 몇 가지 인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욱 따뜻해졌다. 시차를 두고 같은 회사와 직간접적인 연을 맺고 있었으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향부터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닮은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그는 스스로를 '콘텐츠 자본가'로 정의하는 당돌한 1인 기업가다. 퇴사학교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에버노트와 같은 도구를 활용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론도 놀랍도록 내 생각과 닮아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벌써 에버노트를 활용해 1800일 째 자신의 삶을 기록해오고 있었다. 벌써 세 권의 전자책과 한 권의 종이책을 출간한 저자다. 지금은 대기업의 임원과 같은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주업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반가웠다. 우리는 어쩌면 인생을 두고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며, 많은 이들이 이 삶의 성패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일단 스몰 스텝에 단톡방에 들어올 것(그는 바로 당일에 들어왔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단톡방을 만들어볼 것,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오프라인 특강 모임을 만들 것, 작게라도 모임이 시작되면 조만간 나와 함께 공동의 콘텐츠를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민규님은 아는 것 만큼 실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팬덤이 필요한 1인 기업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쓴 책에는 자신의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나는 민규님이 자신이 말한 그대로 살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많이 알거나 만나기보다, 그 자신이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그의 '계획' 속에 머물러 있는 아이디어들을 세상 밖으로 조금씩 끄집어 내고 싶었다.


오해는 마시라. 그는 퇴사학교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이미 가르쳐본 사람이다. 책에는 자신의 회사 이름을 '서랩Seolab'으로 네이밍 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자신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얘기하지 못했다. 혼자만의 기록은 많으나 소통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런 사람일수록 뽐뿌가 필요한 법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하려면 주저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내가 스몰 스텝의 몇몇 뽐뿌쟁이?들을 만나 내 삶이 달라졌다. 그들 모두가 이제는 스몰 스텝의 운영진이 되어 지금도 내 삶을 뽐뿌질 하고 있다. 귀찮지만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다. 그들 말대로 단톡방을 만들었다. 모임을 만들고 오프 행사를 열었다. 어쩌면 지금 민규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아닐지 모른다. 나 같이 등을 떠밀어줄 일종의 선동가들, 실천가들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민규님 같은 분들이 많을 테지? 내 인생의 뭔가 새로운 파이프 라인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이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회사가 보장해주지 못하는, 내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이 민규님의 책을 사보고 아마 많이들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저질러 보는 것이다. 최근에 스몰 스텝의 운영진 한 분이 무려 1년 반 동안의 망설임을 깨고 '하루 한 곡'이라는 단톡방을 만들었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을 매일 공유하는 방이다. 이 방은 첫 날 부터 난리가 났다. 심장을 멋게 하는 이른바 '심멎방'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음악에도 굶주려 있었다. 매일의 삶에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은 독서만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엄선된 음악들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최근엔 명상방이 새로이 생겼다. 사진방에서는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빠르게 시작하고 실패하는 '빠시빠실방'도 생겼다. 거기에 더해 '에버노트' 방이 생기고 '콘텐츠 자본가' 방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다. 저마다의 다양한 콘텐츠들로 다른 이들과 함께 춤 추는 세상, 아 그러고 보니 춤방 하나쯤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함께 춤 출 수 있는 공간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모쪼록 민규님이 진정한 '콘텐츠 자본가'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길을 나와 새로운 길을 개척했으면 좋겠다. 아파트 부자나 판검사의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길이 아직은 거칠기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 다행이 민규님은 그 다음 날 메일을 한 통 보내왔다. 함께 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그 날 오후의 만남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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