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에 나오는 '이화동'을 걸어볼 생각이다. 3년 전 매일 출근했던 성수동을 다시 한 번 찾아갈 예정이다. 약속이 잡히면 인근의 골목들을 샅샅이 걸어보아야지. 미리 검색을 해서 맛집도 찾아볼 생각이다. 서울을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남산의 골목도 걸어볼 예정이고, 유명하다는 카페들 역시 틈만 나면 투어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엔 규칙이 있다. 최소한의 이동 수단만 활용하고 '걸어서 간다'는 약속이다. 사실 이 투어의 진짜 목적은 '하루 만보'의 걷기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잔머리?를 굴려본 것이다.
다녀온 모든 곳은 사진으로 남길 생각이다. 매일 브런치로 그 기록을 전할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권의 책을 쓸 수도 있겠지. 어떤 곳이든 최소 30분 전에 도착해 그 인근을 걸어볼 생각이다. 약속이 잡히면 그 근처를, 약속이 없다면 장소를 중심으로, 딱 하루 만보를 채울 만큼만 서울의 골목 골목을 내 발로 걸어보는 것이다. 이 모두가 지속가능한 걷기를 위한 나만의 전략이다. 작심삼일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쓴 약을 먹기 위해 시럽을 만들고 캡슐을 씌우듯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건강을 위해 일상의 걷기를 축제로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도 잘 안다. 그 일 자체가 고역이 되면 매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등산이 그랬고 헬스 클럽이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를 속여 보려고 한다. 하루 만보의 약속을 운동이 아닌 유쾌한 프로젝트로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운동에 좋아하는 것을 섞어본 것이다. 천 일의 글쓰기를 위한 글감 확보라는 유익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바라본 골목의 발견의 될 수도 있다. 그 골목에 숨은 곳곳의 맛집이나 카페, 공간을 투어하는 일도 병행해보려고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취재도 재미있었는데,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골목과 공간을 사진과 그림으로 남겨볼 예정이다. 가능하면 그 동네의 역사를 함께 찾아본다면 더 의미 있겠지. 하루 만보의 투어를 지도로 남겨보면 어떨까? 미술관도 좋고 백화점도 좋다. 도서관도 좋고 유적지도 좋다. 하루 만보를 걸을 수 있다면 어디라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여행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약수에서 약속이 잡히면 그 인근을 걸어볼 생각이고, 잠실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30분 먼저 도착해 인근을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한 삶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작은 도전이 100일을 견디면, 혹 1000일을 가면 어떨 일들이 생길까? 하루 만보의 작은 기록이 만들어낼 특별한 여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위의 사진들은 아래의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성수동부터 걸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