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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블록 쌓기다

글쓰기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쓸거리'가 없어서다. 백지 앞에서 당황스러운 건 뭘 쓸지 몰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써낸 글이 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는 '자기 생각'이 없어서다. 우리가 말하는 '글'이란 남에게 읽힌다는 전제로 쓰여진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나열한 글이 남에게 읽힐리 없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한 편의 글이란 정보와 경험, 생각과 메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블록 쌓기와 비슷하다. 그 중 하나만 있는 글은 건조하다. 정보만 나열한 글은 딱딱하고, 경험만 나열된 글은 일기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글은 공감하기 어렵다. 좋은 글은 이 세 가지 블록이 조화롭게 맞물릴 때 만들어진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이런 글감의 블록들을 조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맛있는 요리가 몇 가지 양념의 절묘한 비율로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쓰닮쓰담'이라는 글쓰기 교실을 진행 중이다. 가장 나다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모토 하에 브랜딩의 원리를 글쓰기에 접목시켰다. 지엽적인 글쓰기 스킬에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도구로 글쓰기를 활용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있다. 조금씩 그 노력이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글만 해도 그렇다. 원래 글을 잘 쓰던 수진님이었지만 이 글은 사실과 경험, 메시지를 균형감있게 조립되어 있다. 집이란 무엇인가? 투자의 대상일까, 아니면 공존을 위한 도구일까. 마무리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글이 가진 묵직한 메시지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부동산 광풍 속에서 빚어진 남편과의 갈등도 흥미롭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나라면 이 글을 어떻게 다시 조립해볼 것인가.



이런 글쓰기는 사실과 경험을 다루는 남다른 관찰력을 요구한다. 같은 뉴스를 바라보아도 다른 생각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글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마련이다. 어떤 글이 가치 있는 이유는 독특한 가치관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팩트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글의 원리도 조금은 단순해진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가 쏟아지는 정보들 중에서 어떤 것을 주목할 것인가. 그 사실들이 내 일상의 어떤 경험들과 연결되는가. 나는 그 사실과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오고 깨닫고 있는가.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조립할 수 있어도 좋은 글 한 편이 만들어진다. 나는 그 방법이 충분히 훈련 가능하다는 사실을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 배웠다. 나 역시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 벌써 169일 째, 글쓰기가 그래도 조금은 쉬워지고 있다. 이 블록 쌓기 놀이가 점점 더 재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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