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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감전일기'를 아시나요?

여수 바닷가에서 딸, 아내와 함께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안경을 잃어버렸다. 분명 선글라스를 쓰면서 안주머니에 넣어둔 것 같은데 보이질 않는다. 차 안을 뒤져보고 주위를 아무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아! 내 눈이 사라지다니, 앞이 캄캄해졌다. 심지어 다초점 안경이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당장 해가 넘어가는데 깜깜한 선글라스로 운전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하다. 고심 끝에 아내와 딸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백사장 어딘가에 떨어진 것 같이 함께 찾아보자고, 찾은 사람에게는 새로 맞출 안경 값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내 초조한 심경은 아랑곳 않고 신이 났다. 어두워져가는 백사장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용돈이 생긴다 하니 재미나게 모래바닥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걸, 벗어두었던 양복 내 안쪽 주머니에서 뭉툭한게 잡히지 않는가. 안경은 백사장이 아닌 내 속주머니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없어진 것을 다시 찾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감사할 일이다. 이 감사를 내게서 그치지 않고 가족과 함께 나누고 전하자는 생각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시 맞춰야 하는 안경 비용의 절반을 주기로 한 것이다. 진짜 잃어버렸다면 새로 구입을 해야 했는데 한 푼도 쓰지 않은 셈이다. 혼자 이 기쁨을 독식하는 것은 반칙이니 가족과 함께 나누기로 마음 먹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현찰을 꺼내 들었다. 거금 오만 원이다. 오우~~~ 하며 낚아내채듯 가져가는 딸아이가 그제서야 의아해하며 묻는다.


"아빠, 이게 왜 감사한 일이야?"

"아빠 돈이 나가는데 진짜 감사할 일이야?"

"잃어버리지도 않은 안경을 찾는다고 온 가족이 고생했는데 왜 그게 감사할 일이야?"



딸이 자꾸만 묻는다. 그래서 대답했다. 돈이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도 감사다. 가져가는 대상이 내 딸이고 아내이기 때문이다. 안경을 잃어버렸을 때 써야 할 돈의 절반만 쓰게 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오랜 시간 모래사장을 거닐며 함께 한 추억은 만일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평생 나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니 이 또한 감사이다. 생각의 차이가 감사를 만들고 기쁨을 준다. 그래도 딸은 고개를 저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나도 감사 일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너처럼 꼭 감사할 일이 생길 때에만 감사했었다. 특별한 것에만 감사했었다. 오늘 같은 상황도 감사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으로 마무리했을 일이다. 그런데 지난 1년의 감사 일기가 아빠를 바꿔놓았다. 매일 하나씩 감사할 일을 찾아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20개도 거뜬히 찾아낸다. 그렇게 감사일기를 쓰다보니 참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오늘처럼 감사할 일이 아닌데도 일부러 감사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생기더라도 불평 보다는 감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진짜로 감사할 일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말로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듣는 딸아이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딸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직접 해보지 않겠니? 감사 일기를 써보지 않겠니? 하루에 감사한 일 3가지 정도만 가족 단톡방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그 날 이후 딸이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감사 일기가 감전 일기(감사 전달 일기)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하루가 전부였다. 그러나 아빠의 감사 일기는 계속됐다. 감전 일기의 힘을 믿으며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할 일 20여 가지를 찾아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가족의 대소사를 올리는 톡 방이기에 하루에 한 번은 꼭 보게 되는 아빠의 감사일기다. 약 1년 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감사 일기, 어느 날 딸이 스스로 해보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2020년 1월 18일, 딸이 다시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폰의 이어폰을 사준다면 한 달의 고생을 감내해보겠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계속된 아빠의 감사 일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감히 상상해본다. 한 달이 되는 2월 28일, 딸의 일기에는 과연 어떤  감사들이 가득차 있을까? 벌써부터 그 내용들이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 위의 글은 '쓰닮쓰담'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는 김영균님의 글을 제가 다시 써 본 것입니다.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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