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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면 'F.E.M'이라는 세 글자를 기억하세요

호기롭게 글쓰기 교실을 열었다. '쓰닮쓰담'이라는 이름의 글쓰기 모임이다. 그렇게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읽는 시간이 벌써 1년 하고도 절반을 지나고 있다. 그 오랜 시간의 경험을 거치면서 '좋은 글'에 대한 기준도 나름 명확해졌다. 누구도 쓸 수 없는, 그 사람만 쓸 수 있는, 나다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How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진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경험, 나만의 문체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10년 이상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오면서 꼭 찾고 싶었던 답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3기에 걸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을 얻었다. 제 발로 글쓰기 수업을 찾아오는 분들은 이미 상당한 내공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다.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이 고기 굽는 방법을 더 잘 아는 법이다. 그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은 결론을 다음과 같은 알파벳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F.E.M.


여기서 F는 fact를 의미한다. E는 experience를, M은 message를 뜻한다. 내가 발견한 좋은 글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레고 블록처럼 잘 조립된 글을 의미한다. 사실에 기초한 뉴스나 정보는 자칫 주관적인 경험에 매몰될 수 있는 글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경험은 자칫 사실의 나열로 인해 건조할 수 있는 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글에 녹아든 메시지는 사실과 경험에서 뽑아낸 저자만의 생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나다운' 개성을 완성하는 화룜점정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좋은 글이란 이 세 가지 요소를 자유롭게 조립하고 배치하고 갖고 놀 줄 아는 데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뜻 밖의 사실에 놀라다가도 글쓴이의 경험에 공감하게 되는, 글을 다 읽고 나면 '아하,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도는 글이 좋은 글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매일 이런 글을 써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매일 새벽마다 글을 써온지 173일 째, 그때마다 내 글을 향해 이렇게 묻곤 한다. 어떤 근거가 있는 글이지? 실제로 경험한 일이야?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렇게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되어 있곤 한다.


Fact는 결국 내고 보고 듣는 모든 정보에서 나온다. 이걸 아는 사람들이 메모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pocket'이라는 앱을 활용해 좋은 기사나 정보를 발견하면 재빨리 글창고에 저장한다. 이러려면 자신의 키워드나 주제 의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세상에 넘쳐나는 기사와 정보를 취사 선택하기 위해서다. 경험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어느 순간까지는 그 날 있었던 일에서 글감을 찾아보려 애쓰게 된다. 이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글감을 얻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런 도전이 꼭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늘 가던 길에서 벗어나 생경한 골목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평소라면 배우지 않았을 춤이나 그림 그리기, 운동에 도전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스몰 스텝은 이런 글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도구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와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내게는 '나다움'이라는 키워드다. 나는 내가 얻은 거의 모든 정보와 경험을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로 귀결되는 글쓰기 여정을 오래도록 거쳐 왔다. 이 여행은 아마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엔 도구일 뿐이다.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느 순간 이런 도구와 방법론을 벗어나 훨훨 날아다니며 글을 쓰는 모습을 본다. 어떤 규칙과 불문율에도 매이지 않고 엄청난 글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글쓰기의 초보이다. 텅 빈 모니터나 흰색의 노트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다. 그럴 때면 이 F.E.M이라는 세 글자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우연히 발견한 재미있는 기사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후 글을 써보자는 것이다. 그 반대의 방법도 가능하다. 오늘 수업을 함께 한 분들의 키워드는 치유와 자유, 명상, 새벽 운동과 글쓰기 등이었다. 이렇게 명확한 자신만의 관심 주제를 가진 사람들은 수시로 그와 관련된 뉴스나 정보를 찾아 스크랩해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힘을 주는 명확한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 '쓰닮쓰담'을 통해 우리는 이런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며 서로에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글쓰기 교실은 6주 간의 여정 중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있다. 나는 이 시간에야 비로소 글쓰기에 관련된 도구와 툴들을 이야기할 생각이다. 지난 5주의 수업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에게 힘을 주는 Driving Force를 발견하고, 이를 키워드로 정리하고, 자신만의 컨셉을 선명하게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그것이 사람들의 어떤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야 비로소 이 과정들을 담아내고 요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보통의 수업이라면 이 반대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가르치는 쪽이나 배우는 쪽이나 더 쉬울 테니까. 그러나 나는 이 방법이 옳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F.E.M이라는 세 글자가 녹아 있었다. 그 노력의 결과물들이 하나하나의 글로 완성되는 지금 이 시간 너무도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우리도 글을 잘 쓸 수 있다. 자신이 글을 써야만 하는 선명한 이유와 간절함, 절실함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 함께 글쓰는 지혜와 즐거움을 배웁니다. 매일 글을 쓰고 탈출하는 글감옥으로 오세요^^

(참여코드: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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