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와 재미의 발견

신병 훈련을 마친 후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였다. 제대를 앞둔 고참들이 우리에게 던진 첫 질문이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보라'는 것이었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도 유분수지, 까까머리 신병에게 재미있는 일 따위가 있을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기를 쓰고 찾아낸 이야기에 고참들의 분위기는 더한층 얼어버렸다. 그런데 와이프도 식탁 위에서 종종 내게 이렇게 묻는다. '뭐 재미난 일 없었어?' 물론 그 질문은 군 시절의 불쾌한 추억으로 나를 몰아갈 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무슨 인생이 이다지도 재미없단 말인가. 하루 중 재미난 일 하나 없는 인생이라니. 예의상 이 질문을 던진 와이프가 아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걔중 첫째는 와이프와 코드가 맞는 타입이다. 둘이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고온 에피소드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웃대라든지, 디씨인사이드라든지... 이래서 이런 사이트들이 잘 되는 것이로구나. 가끔씩 들락거리지만 도통 코드가 맞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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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책을 읽었다.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이다. 사실 요조는 음반이나 책 보다는 강연으로 먼저 알았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묵직한 조언 덕에 좋아하던 가수지만 정작 음악은 거의 들어보지 않았다. 취향 차이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왜 이렇게 재미나지? 다소 19금인 '떡정'이라는 간판의 추억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부산 여행까지 다다랐을 때, 이 사람의 천연스러운 나레이션에 나는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그 삶의 방식이 글 쓰는 스타일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가벼운 듯 툭툭 던지지만 글들이 살아 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 방식이다. 게다가 한줄 한줄 읽을 때마다 사람을 웃게 만든다. 분명 커뮤니티 사이트의 사연들보다 정제된 것이 분명한데 이상하게 괴팍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 사람은 나와 다르게 재미난 인생을 살고 있구나. 부럽지만 따라할 수 없는, 인생의 재미를 그녀의 책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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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돌이켜 본다. 어제 내게 재미난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모니터 위의 깜빡이는 커서처럼 나도 모르게 멍해진다. 재미난 인생을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요조가 게스트로 나오는 '듣똑라'라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내일이 없는 듯 오늘을 살아가려는 그녀의 몸부림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누군가는 노후 걱정 없는 부자가 되는 인생을 꿈 꿀때, 요조는 그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하루에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 삶의 자세가 엉뚱한 삶의 도전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남들 사는대로 살지 않고 끌리는 삶을 사는 사람들, 그 삶의 태도가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부자가 되려 애쓰는 사람들이 '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이렇게 내 삶의 목표를 다시금 세워 본다. 재미난 부자, 유쾌한 부자, 즐거운 부자, 흥이 넘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가계부를 매일 쓰듯 재미난 일을 적어 두어야겠다. 그도 아니면 재미난 일을 만들어보아야겠다. 그게 가능할지는 매우 미지수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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