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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유용한 스케치 도구들

툴툴(Tool)대는 글쓰기 #02.

일필휘지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있다. 백지 위에 영감을 받아 물 흐르듯 한 번에 글을 써내는 것이다. 물론 글쓰기의 달인들은 그렇게 쓰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도 가끔은 무엇에 홀린 듯 아무런 준비 없이 글을 써내려 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생각과 스케치의 시간을 거친다. 한 번에 쓴 글도 특별한 영감을 얻었다기보다, 평소에 오랫동안 정리된 생각을 담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아침 1,20분 안에 글을 써내려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전날 잠들기 전 대부분의 구상을 끝냈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림도 한 번에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듯, 글쓰기 역시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런 스케치가 가능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워크 플로위'와 '마인드맵'이다.


워크 플로위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직 텍스트만으로 층층이 글을 쌓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다소 긴 글을 쓸 때면 반드시 워크 플로위를 꺼내 밑그림을 그린다. 일단 인용할 기사가 있을 경우엔 복붙을 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을 순서대로 워크 플로위에 정리해놓곤 한다. 그렇게 한 번 정리한 글을 내 목소리로 다시 옮겨 적으면 이른바 '복붙'이 아닌 나만의 글이 탄생하곤 한다. 워크 플로위는 글의 순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워드나 아래한글처럼 시간 순서대로 글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다. 문제는 글의 구성을 바꾸고자 할 때이다. 좁은 창을 오가며 글의 순서를 바꾼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워크 플로위는 그 작업이 너무도 쉽다. 같은 글이라도 구성을 바꾸면 전혀 다른 글이 된다. 인용하고 싶은 기사처럼, 쓰고 싶은 내용 역시 일단 워크 플로위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위치를 바꿔가며 적당한 순서를 다시금 조정하곤 한다. 그 순서에 확신이 생겼을 때, 비로소 워드 프로그램에 옮겨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워크 플로위로 쓰고 싶은 글을 잘게 쪼개어 미리 정리해 놓는다.


하지만 정말로 세상에 없던 글을 새로 쓸 때는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글쓰기가 막막할 때면 마인드 맵을 꺼내 든다. 아이패드용 마인드 맵을 꺼내 생각나는 단어들을 꼬리에 꼬리에 물고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도 똑같은 원리다. 사람은 일반적인 워드 프로그램의 목차대로 생각을 이어나가지 않는다. 마치 방사선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며 사고를 한다. 실제로 인간의 뇌 세포의 구조도 이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보여주는 노래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이다. 빨간 원숭이 엉덩이는 사과를 연상시킨다. 사과는 맛있는 바나나로 생각이 이어지고, 바나나는 긴 열차로 다시 이어지는 식이다. 만약 워드 프로그램에 글을 쓰면서 이렇게 생각을 이어간다면 중구난방의 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마인드 맵에서는 새로운 생각, 뜻 밖의 발견, 차별화된 시각을 가진 글로 이어지곤 한다. 이렇게 확장된 생각이 고스란히 글감이 되곤 한다. 마치 장작을 쪼개듯 생각의 확장을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이 다름아닌 '마인드 맵'이다.


아이패드용 마인드 맵 프로그램 'Mapnote', 물론 일반적인 마인드 맵 프로그램을 써도 전혀 무방하다.


워크 플로위나 마인드 맵을 쓰다보면 한 가지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한 번에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발 새발 생각을 흩뿌려 놓고 그 생각이 정리될 때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부터 논리적인 구조로 완벽한 글을 써내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헤밍웨이 역시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을 정도인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앉은 자리에서 완성된 한 편의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남의 글을 복붙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면 그 글을 워크 플로위에 올려 놓고 낱낱히 쪼개어 보라. 그러면 비로소 그 글의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 다음에 그 글을 당신만의 방식으로 재조립하라. 틈틈히 자신이 찾은 정보나 생각을 그 사이에 끼워 넣어 보라. 누구도 그 작업을 표절이라고 욕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글은 없다. 내가 했던 생각을 수천 년 전 누군가도 했다는 사실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니 빈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절망에 빠지지 말라. 정보와 생각의 조각들을 워크 플로위에 옮겨 보라. 그 조차도 어려우면 마인드 맵에서 주제가 되는 단어를 쓰고 관련된 생각들로 끝없이 확장해보라. 그러다 생각이 막히면 다음 날 그 글을 이어가 보라. 그렇게 생각이 정리된 후에는 워크 플로위로 캔버스를 옮겨가 보라. 새롭게 찾은 정보나 기사들을 틈틈히 하나씩 추가해보라. 진짜 글쓰기 능력은 일필휘지로 글을 풀어내는 신기한 능력이 아니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비단을 만들어내듯, 정보와 생각의 촘촘한 조합을 거쳐야 한 편의 좋은 글이 탄생하는 법이다. 이조차도 귀찮다고 여긴다면 좋은 글 쓰기는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즐길 수만 있다면, 당신은 기어이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유니크한 글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당신의 글쓰기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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