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리그를 보다

스토브 리그는 야구 드라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야구 드라마가 아니다. 그저 소재만 야구일 뿐, 우리 세대가 안고 있는 모두의 문제에 관한 드라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가 대부분 주변의 이야기란 것을, 혹은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조직 생활에 서툰 사람일 수록 더 공감했을 것이다. 십수 년 직장 생활 동안 루저로 살았던 나같은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런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과연 내가 지금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 견딜 수 있었을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내게 지난 직장은 에너지를 얻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함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미 종영한 드라마를 다시 챙겨보고 있는 것일까? 미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대리 만족 때문일까?


드라마 속 주인공은 뭔가 인생에 '초연한' 사람처럼 보인다. 적어도 3화까지 본 지금의 그는 놓칠 것도, 잡을 것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야구에 거리를 두었으므로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마치 히딩크와 같은 존재로 보인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곳을 떠나온 지금에서야 그곳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잡으려는 것들의 허상을, 그래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스토브리그는 야구 드라마가 아니다. 인생 드라마다. 그 말인즉슨 야구가 인생을 닮았다는 얘기도, 인생이 야구를 닮았다는 이야기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 한 번 더 인생을 산다. 이 드라마의 끝이 궁금하진 않다. 어차피 드라마니까. 그러나 내 인생의 끝은 궁금해졌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나지막히 다짐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리그가 시작되겠지. 그래서 이 저녁의 글쓰기는 마치 스토브리그를 닮았다. 나는 지금 뜨겁게 내일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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