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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을 팝니다, 어니스트티

1990년대 후반의 어느 여름, 대학원생이던 세스 골드만은 갈증을 달랠 음료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설탕 투성이인 음료가 아닌, 달지 않고 맛있는 음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때 지도 교수이던 베리 네일버프 교수가 인도 현지에서 마시던 '차'를 제안했다. 1998년 2월, 그는 '내가 마실 차는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주전자와 찻잎을 가지고 차 만들기에 도전한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다섯 종류의 차가 탄생할 수 있었다. 골드 러시 시나몬, 카슈 미리 차이, 블랙 포레스트 베리, 모로코 민트 그린, 아삼 블랙... 그는 이 음료수를 가지고 15,000병의 첫 주문을 따냈다. 이 작업에는 끓는 물 71,00리터와 60킬로그램의 찻잎이 필요했다.


그는 직접 만든 차 음료의 성분과 내용을 정직하게 표기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름도 'Honest Tea'로 짓는다. 병 음료 최초로 공정 무역을 실시한다. 플라스틱 병의 무게를 22%나 줄이는 한 편 음료의 칼로리도 100칼로리에서 60칼로리까지 줄이는데 성공한다. 어니스트티는 한 번에 성공 가도를 달리진 않았다. 하지만 완만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2001년 오프라 윈프리와의 만남이 폭발적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선거에서는 뜻밖의 런닝 메이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카콜라는 이런 어니스트의 성장세를 보고 2011년 완전 인수를 결정한다. 2013년, 어니스트티는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한다.



어니스트는 흔한 차 음료다. 그 자체로는 아주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차를 팔지 않고 '정직'을 팔았다. 달디 단 설탕 음료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들의 '정직'은 제품 자체로 인식될 만큼이나 중요했다. 그들은 이러한 제품의 본질적인 탄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어니스트의 기적(Missoin in a Bottle)'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정직함을 어떻게 대중에게 알리느냐에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정직 지수 캠페인'이었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 무인 가판대를 설치한 후 사람들이 '정직'하게 돈을 내고 가는지의 여부를 측정했다. 캠페인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의 평균 정직 지수는 92%, 그 중에서 하와이와 앨라배마는 100%를 기록했다. 어니스트티의 '정직'이 선명하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들이 항상 승승장구를 했던 것은 아니다. 매출이 늘수록 티백 차에 대한 요구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직한 차맛으로 승부하는 이들에게 티백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백 차 프로젝트를 강행한 댓가는 컸다. 6년 간의 매출이 35만 달러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에게 티백 차는 어니트스티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어니스트티는 이후 'Great Recycle'이라는 환경 보호 캠페인을 펼친다.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오면 어니스트 티나 요가 매트, 자전거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미국판 '칭찬합시다' 캠페인도 연달아 진행했다. 그들은 차가 아닌 '정직'을 파는 일에 집중했던 것이다.



차 음료를 만드는 회사는 많다. 심지어 어니스트티의 창업자인 세스 골드만은 우리나라의 '보리차'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어니스트티의 성공은 맛과 품질에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정직'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팔았다. 왜곡된 시중의 음료 시장에서 달지 않고 맛있는 차를 정직하게 팔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다름아닌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가늠하는 이 캠페인은 대중의 지지와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어니스트티는 20년 된 브랜드가 되었다. 매장 수는 무려 130,000개에 이른다.


달지 않고 맛있는 차를 만드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가치'를 더하느냐에 따라 카피할 수 없는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제품의 본질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가치는 추상적이다. 그 자체로는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정준호 참기름'이 '양심'을 보여주기 위해 깻묵을 동봉했듯이, 현대카드가 그들의 집요함을 보여주기 위해 카드 옆면까지 디자인 했듯이, 자신이 가진 가치를 이 시대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일에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용기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브랜딩은 결국 차별화다. 가치로 차별화하는 것이 곧 브랜딩이다. 당신, 혹은 당신이 일하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가. 여기에 성공하는 회사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브랜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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