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의 상암 DMC에는 '허수아비 컴퓨터'라는 이름의 작은 컴퓨터 수리 전문 업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가게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날마다 북새통입니다. 손님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번호가 불리길 기다립니다. 사실 손님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을 찾아볼 길이 없는 평범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 가게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곳 가게의 사장님이 유튜브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곳의 사장님 서영환(50)씨는 유튜브에서 브이로거 '허수아비'로 불립니다. 사장님은 컴퓨터를 수리하고 조립하는 영상을 꾸밈없이 올립니다. 수리가 필요 없으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돌려 보냅니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아무리 귀찮아도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렇게 컴퓨터 수리점에서 일어난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는데 이게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도대체 이 조그마한 가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장님이 유튜브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귀찮아서'였다고 합니다. ‘SSD(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가 뭐냐’, ‘무한 프린터가 무엇이냐’, ‘왜 속도가 더 빠르냐’, ‘파란 화면이 왜 뜨냐’라는 질문을 매일 듣고 답하려니 너무 힘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영상으로 찍어 가게에 틀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손님들은 집에서도 볼 수 있도록 링크를 달라고 사장님을 졸랐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유튜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올린 '허수아비' 유튜브 채널은 이제 구독자가 무려 40만 명에 달합니다. 사람들은 가게만 찾아가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사장님의 유튜브에 열광했습니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영상들에 매료된 것입니다. 사실 멋지고 세련된 요즘의 유튜브에 비하면 초라하고 촌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컴퓨터 조립하면 '허수아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하면 크고 화려한 회사들의 로고나 제품을 먼저 떠올립니다. 삼성이나 애플 같은 회사들의 멋진 광고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도 훌륭한 브랜드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브랜드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수아비'와 같은 조그마한 컴퓨터 수리점도 멋진 브랜드임에 분명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 곳에 가면 속거나 사기를 당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신의 컴퓨터를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큰 회사들의 브랜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제품을 믿고 사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그토록 많은 광고와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작은 회사나 조그마한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딩이란 바로 그런 믿음과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허수아비' 유튜브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영상 하나로 40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매번 연애에 실패하는 못생긴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연애의 달인?이 된 이유를 우연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극장에서 자리를 예매할 때 두 개의 자리를 더 예매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함께 영화를 보는 여성분의 앞자리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시야를 열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옆자리입니다. 입고 있던 패딩이나 외투를 벗어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매번 연애에 성공하는 이유가 이해되시나요?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그저 제품 좋고 가격만 싸다고 해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 해도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소비자와 소통한다면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별화의 방법이 꼭 비싼 광고나 특별한 프로모션일 필요는 없습니다. 허수아비 아저씨를 기억하세요. 못생긴? 그 청년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규모가 작아도, 골목 깊숙한 곳에 숨은 작은 가게라도, 멋진 브랜딩이 가능한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