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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브랜딩한다는 것에 대하여

어느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 대표님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원만 70여 명이 넘는 꽤 큰 규모의 회사입니다. 클라이언트들도 주로 대기업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대표님께 넌지시 물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들도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이런 회사들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 프로그램도 필요치 않냐고 여쭤본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표님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비용이 낮다고 해서 결코 기대치까지 낮지 않다고, 작은 회사일 수록 한 두달 내에 성과를 원한다고, 그래서 좋은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짐작은 했지만 시장의 속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규모가 작을 수록 브랜딩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용만의 문제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조바심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뭔가를 이뤄내려고 하다 보니 더 빨리 한계에 부딪힙니다. 반면 규모가 있는 회사는 오히려 시간을 두고 자신만의 브랜딩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인내하며 기다립니다. 투자도 합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갈수록 심해집니다.


얼마 전 세바시 촬영을 마쳤습니다. '스몰 스텝'이란 책을 낸 지 2년 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꿈을 하나 이룬 것 같아 내심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저 자리에 꼭 한 번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거든요. 그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짧은 섭외 기간이었지만 원고를 세 번이나 새로 썼습니다. 마음 속으로 얼마나 자주 리허설을 했는지 모릅니다. 주변의 축하도 많이 받았습니다. 세바시를 아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를 목적으로 뭔가를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한 일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스몰 스텝에서 말한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거였습니다. 요즘도 그 마음 만큼은 그대로입니다. 매일 새벽마다 글을 쓰고 매일 만 보를 걷습니다. 매일 영어 원서를 읽고 매일 한 장 이상의 사진을 찍습니다. 비결이라면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이러한 스몰 스텝을 책을 쓰기 3년 전부터 실천해왔습니다. 한 번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일상을 바꾸기 위한 작은 실천을 반복해왔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스몰 스텝'만 이야기해왔습니다. 제 나름의 브랜딩 비결이 있다면 일관되게 꾸준했다는 것, 그 한 가지입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브랜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엔 생리대를 만드는 조그만 브랜드의 회사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면 소재의 기존 생리대가 가진 문제점들을 연구해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든 분입니다.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을까요, 제품의 포장을 두 번이나 바꾼 이야기를 하면서 대표님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가진 재산을 모두 팔아 제품에 투자했는데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나 포기를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 둘 수가 없었다네요. 평생 앓아온 생리통을 자신이 만든 제품으로 해결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딸의 엄마로서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2년 여간 전 세계의 생리대 제품을 다 뜯어보고 연구한 날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야 그 어두운 통로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를 만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이런 브랜드의 성공을 돕는 일이 조바심의 장벽에 갇혀 브랜딩의 관문 앞에서 쉽사리 좌절하는 이 땅의 작은 브랜드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은 한 마디로 자신만의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타 제품이나 서비스가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소비자는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브랜딩은 사람들의 쓸모 뿐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시켜가는 과정입니다. 마치 남녀가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혼에까지 이르는 과정과 흡싸합니다. 서로를 '신뢰'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도 당연히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일에는 유난히 조급해 합니다. 시장에 나오자마자 대박이 나길 원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달만에 결혼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입니다. 설사 성공한다 해도 짧은 성공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생리대 브랜드의 대표님은 1,000명의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제 막 천 명의 고객을 만났습니다. 스몰 스텝이라는 단톡방을 통해 매일 천 여명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바시에서 그 얘기를 하고 왔습니다. 나를 믿고 알아주는 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세상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박요철'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심호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하게 뭔가를 이루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업의 본질을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고 그에 대한 작은 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작은 성공의 돌담을 쌓아가야 합니다. 열 명의 고객, 백 명의 고객을 얻은 후에 그 다음으로 천 명의 고객을 고민해가야 합니다. 다행히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그런 작은 브랜드를 조금씩 알아보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소소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브랜드들에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작은 브랜드 중의 하나입니다. 평범함에 못 미치는, 40대까지 인생의 루저이자 낙오자였던 저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우리 같이 브랜드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내가 가진 가치로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본질인 동시에, 이 세상을 보람되게 살아가는 방법이자,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현실적인 솔루션임을 세상에 외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길에 동행자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혹시 그런 브랜드를 알고 계시다면, 자신이 그런 브랜드라고 생각하시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게 저라는 브랜드의 본질이자 제 삶의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





*  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개인 웹사이트를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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