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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없어도 괜찮아, 비원떡집 (2)

무려 71년 된 떡집이 있습니다. 1949년 홍간난 할머니가 궁중의 수라상궁에게 떡 만드는 법을 직접 전수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원떡집은 이제 조카와 그의 아들을 통해 3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제 궁중떡이라 단골이 많고 규모도 작습니다. '하던 대로만' 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만큼 입소문으로 알려진 집입니다. 그런데 대표직을 물려받은 삼십 대 중반의 새로운 대표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네요. 이대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그래서 유명한 베이커리와 호텔, 일본의 화과자들을 연구하며 새로운 포장을 2년 이상 연구합니다. 그렇게 비원떡집은 새로운 옷을 갈아 입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매출은 2배로 늘었고 외국 손님이 30%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이 가게는 여전히 간판이 없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떡집 주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예요. 가게를 크게 키운다든가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내놓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큽니다.”


스몰 자이언트, 히든 챔피언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로 일본과 독일의 중소기업을 일컫는 말들입니다. 수십, 수백 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인데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들은 의도적으로 성장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업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욕심은 본능인데 그것을 거스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봅니다. 비원떡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떡의 종류를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줄였습니다. 한 때 10여 가지에 이르던 메뉴가 지금은 5종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들이라고 성장에 대한 욕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혹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젊은 사장님은 '뭣이 중헌지'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 할지, 무엇을 바꾸지 말아야 할지를 알았습니다. 아마도 이 떡집은 앞으로도 수십 년 이상 그 이름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브랜드를 포장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원 떡집의 바뀐 포장을 보고 좋은 브랜딩의 사례라 생각했을 분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답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이 집이 아직도 간판이 없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이들의 브랜딩은 '업의 본질'을 이해한 데서 설명되어야 합니다. 포장을 바꾼 것 역시 자신들이 만든 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세대들에게 떡의 매력을 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비원 떡집의 본질은 수제 궁중 떡 그 자체입니다.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 시작하는 작업을 외부인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수제이니 생산량이 많을 수도 없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시장의 싼 떡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니 두 배의 가격을 받고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포장은 형식입니다. 진정한 브랜딩은 자신의 업이 가진 '본질'에 집착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차별화이고 소비자들에겐 선택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당신이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차별화된,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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