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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팝니다

세바시 출연 요청을 받은 후 첫 원고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팅에서 만난 구범준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글 내용이 '너무 무난하다'는 평이었습니다.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나는 스몰 스텝을 하면서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 열번을 토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구 대표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대뜸 '인싸로군요' 라고 말하더군요. 내게는 생소하고 낯선 단여였습니다. 그 미팅 후에 저는 두 번 더 원고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 것처럼 저는 저를 인싸, 그것도 핵인싸라고 소개했습니다.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아픈' 과거를 강연 초반에 '고백'했습니다. 무난하던 원고에 임팩트가 더해졌습니다. 그 변화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14만 명의 강연을 보고 400개가 훨씬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인싸'라 불러줍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출간한 지 2년이 넘은 책이 다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전보다 무려 4배 넘게 팔리고 있습니다.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자기계발서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몰 스텝을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워크샵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해보자는 스타트업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운영해온 스몰 스텝 단톡방에는 100여 명이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어느 회사 대표님의 도움으로 이 달 부터는 유튜브 방송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방송 장소와 촬영 인력까지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그저 '나를 알아가기 위한' 도구로 개발했던 스몰 스텝이 이제 나를 인싸로 만들어주고 돈까지 벌게 해주고 있습니다. 조그만 회사의 우울한 루저였던 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스스로를 '팔기' 시작한 것입니다. 혼자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이제 내일 모래면 반백의 나이가 됨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일 매일 조금씩 더 바빠지고 있습니다.


한 동안은 나를 '판다'는 말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나를 판다는 것은 내가 가진 가치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필요를 채워준다는 말이니까요. 세바시 강연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통해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나의 힘들고 어렵고 아픈 과거 마저도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느 날 그런 나의 변화를 스스로 복기해보았습니다. 사실 그 시작은 '간절함'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통해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소한 변화의 기록을 브런치에 옮겨 썼습니다. 그 글들이 뜻밖의 반응을 끌어내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강연 의뢰를 받았습니다. 중학생, 군인,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직장인, 심지어 다단계 회사(인 줄 모르고 갔지만)에서도 강연을 했습니다. 실제로 경험한 일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경험들은 두 권의 책과 백 여회 이상의 강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프로그램과 다양한 워크샵 프로그램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나를 '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사업을 하는 것도 자신을 파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 가치, 능력, 경험을 수익으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스스로를 브랜딩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그 나름의 필요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동일한 질문과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같은 고민을 오랫동안 해온 김인숙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의기 투합해 한 권의 책을 함께 써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특장점, 경쟁력, 차별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어떤 사람과 능력,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가치와 세상의 필요를 연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 '말과 글'이라는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나를 팔고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글을 쓰고 말하는 것임을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아왔기 때문입니다.


나를 알리는 글쓰기, 나를 파는 말하기를 배워야 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명함이 없이도 나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이 길에 왕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 못지 않은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도 스스로를 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만났습니다. 반면에 평범한 수준의 경력을 가지고도 각각의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 중의 하나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글과 말의 힘임을 여러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글과 말에는 두 가지의 전제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필요와 욕망을 캐치하는 일입니다. 그 둘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글로 표현하고 말로 전달하는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제 값을 받을 때 그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나를 판다는 것은 수익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때로는 열정 페이와 댓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도 기업도 지속가능한 삶과 영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익'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자신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 글쓰기와 말하기를 연습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엔 나름의 노하우와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팔릴만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들을 도와 그들의 가치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일을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휴먼 브랜딩'입니다. 그것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든, 프리랜서이든, 1인 기업가이든, 사업가이든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만이 가진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만의 가치와 경쟁력을 발굴하고 세상의 필요와 연결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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