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삼시세끼'에 빠져드는가

집안 청소를 하다가, 괜히 야구를 보고 싶어서 간만에 TV를 켰다가,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았습니다. 잠깐만 보고 말려 했는데 끝까지 보았네요. 신기합니다. 그냥 유명한 연예인들이 무인도를 찾아가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영상이 전부인데 말입니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대나무와 굴이 많은 죽굴도는 섬 한 바퀴를 도는데 11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마당에서 밥 짓는 차승원이 해변에서 전복 따는 손호준을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빠져듭니다. 그들이 해먹는 수제비와 콩나물밥, 전복회를 볼 때면 입 안 한 가득 침이 고였습니다. 분명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벌써 이 프로그램이 5년을 넘어섰군요. 막내로 이 프로에 합류했던 손호준은 벌써 서른 일곱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때도 희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왜 사람들은 이런 밥의 맛을 가진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그렇다 치고 저는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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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템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와 직장에 찌든 4,50대 남자들이라면 깊이 공감할만한 소재였으니까요. 나는 저 정도까진 아니지라는 안도를 주는 면도 있는데 '자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그런 프로그램과도 달랐습니다. 성공할 만큼 성공한,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이 나오는 만큼 자연인과는 달랐습니다. 요리에 능한 차승원과 잡일?에 강한 유해진이 주고받는 아재 개그의 티키타카는 제가 듣기에도 좀 민망합니다. 그들이 대배우가 아니었다면 용서받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개성 넘치는 그들을 받쳐주는 건 역시나 착하고 조용한 손호준입니다. 대선배들 사이에 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색무취의 성실함은 두 아재들의 소란스러움을 자연스럽게 중화시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특징이 있긴 있군요. 바로 그들이 보여준 그 캐릭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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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 프로그램의 저력은 다름아닌 '캐릭터'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수퍼도 있는 만재도에 비하면 굴적도는 더욱 적적한 섬입니다. 화려한 경치나 대단한 특산물이 나는 곳도 아니지요. 고즈넉한 집은 어촌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 공간입니다. 매끼 밥 해 먹기가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그들은 돈 받고 쉬는 거잖아요. 그들이 특별히 안스러울만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유사한 포맷으로 시골 살이를 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세 명의 조합만큼 이상한 잔재미와 평화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의 개성을 지킨 사람들을 백지 같은 공간에 뚝 하고 떨어뜨려 놓으니 전에 없던 재미와 친밀함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실 그들에게 반한 거에요. 멋진데 음식도 잘하는 차줌마와 수용 가능한 성실과 유머로 무장한 유해진, 그들을 감싸안는 순백의 착함을 가진 손호준까지. 우리는 어쩌면 프로그램이 놓여진 배경보다 사람의 매력에 빠져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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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란 이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 해도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건 도시의 소음에 갇혀 있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서 하루 세끼 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개성은 유명한 배우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컨셉'이라는 책에는 어느 마케팅 에이전시에 지원한 사람의 입사 지원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지원자는 자신의 경력 중 하나로 27명의 남자친구를 만난 사실을 자랑스럽게 적어 놓았습니다. 책의 저자인 대표에게는 그 자체로도 유니크한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결국 1,2차를 모두 패스해 입사에 성공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사귀어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사람의 이해가 필요한 광고 에이전시에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물론 이건 그저 예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캐릭터, 어떤 브랜드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그 유니크함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다양성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TV 화면에 비친 당신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어떤 매력을 가진 당신인가요? 기왕이면 우리 그런 매력 넘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건 어떨까요? 그냥 유명한 것 말고 나답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으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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