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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를 '무신사'답게 만든, 5가지 차별화 포인트

무신사의 2019년 거래액은 무려 9000억 원이다. 한 해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기록이다. 지난 5년 간 6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05%증가한 2197억 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45%를 넘어선다. 영업이익 역시 4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2% 늘었다. 무신사의 회원수는 550만, 월평균 방문자 수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무시무시한 숫자들이다. 무신사는 길거리 감성의 캐주얼 의류와 신발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현재 3,700여 개 브랜드와 26만 여개의 상품이 입점해 있다.


품량은 방대하지만 카테고리별로 실시간 순위를 보여주는 덕에 최신 유행을 한 눈에 포착할 수 있다. 이 순위가 젊은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무신사 랭킹에 들기만 하면 길거리 유행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고객의 70%가 10대와 20대들이다. 무신사는 이들에게 패션과 스타일링 방법, 한정판 제품, 브랜드 스토리 등의 정보를 보여준 후 쇼핑으로 연결시킨다. 지난 해 무신사가 공개한 콘텐츠 수는 무려 6만 6,000개에 달한다. 과연 무엇이 무신사의 이 거짓말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을까? 이들의 차별화 요소를 다음과 같이 5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았다.




하나.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무신사는 패션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다름아닌 '매거진'이다. 남다른 큐레이션 능력과 소비자 신뢰가 압도적이다. 매거진을 가졌다는 것은 좋은 브랜드를 선별하는 능력, 또한 이를 독자의 언어로 풀어낼 편집진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단순 온라인 판매가 아니라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 상품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패션 유통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점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공부를 한 후 전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쇼케이스와 스타일링 화보, 거리 패션, 큐레이팅 숍 등 수십 가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일단 무신사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의 메시지, 정보를 통합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무신사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다.




둘. 반드시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


무신사는 중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왔다. '동반 성장'은 무신사의 경영 철학이다. 조직 또한 유연한 편이다. 결정이 빠르고 실행에도 망설임이 없다. 어떤 제안과 사업에도 열린 조직이다. 이미 커버낫이나 디스이즈네버댓, 키르사, 앤더슨벨 등이 무신에 입주해 매 달 수입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무신사는 동대문에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낸 데 이어 22억 원을 들여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올해까지 연간 거래액 100억 원 규모의 파트너 브랜드 3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사실 무신사와 관련한 입점 브랜드의 상생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상위권 브랜드의 거래액은 1위가 100억 원, 20위 권 이내 정도면 기본 30억 원 이상은 될 정도이다. 따라서 패션 업계에서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남다른 무신사만의 색깔과 방향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셋. 브랜드 경험의 공간


2019년 9월 무신사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했다. 800평 규모의 이 공간은 규모에 비해 옷이 많지 않다. 제품 판매 뿐 아니라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는 '무신사 테라스 샵'은 실내 공간의 약 4분의 1만 차지한다. 무신사는 타 회사와의 협업 제품을 이 공간에 전시했다. 제품마다 달린 QR 코드는 온라인 페이지로 직접 연결된다. 샵 옆으로는 '무신사 테라스 키친'이 있다. 부드러운 커피향과 자유롭게 배치된 테이블은 사람들을 그곳에 여유롭게 머무르게 한다. 메인 공간엔 라운지와 파크가 위치해 있다. 그 중 라운지는 절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한다. 브랜드에 대한 쇼핑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고 영화 상영회, 라이브 공간이 펼쳐지기도 한다. 컨셉 공간인 테라스 파크로 나가면 홍대 입구는 물론 한강까지 한눈에 조망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MUSINSA TERRACE'라는 문구가 나오도록 전망을 찍어 SNS에 올린다. 이른바 뷰맛집인 셈이다.



넷.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간의 협업은 각 브랜드 고유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절묘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신사는 이러한 협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무신사가 공식 한정 발매한 디스이즈네버댓과 지샥의 스페셜 상품 ‘DW-5600TNT-1DR’은 판매 1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출시 전부터 상품에 대한 좋아요 수가 800여개 이상 달렸다. 무신사에서 단독 판매 중인 커버낫과 샌드박스 소속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한 ‘맛있는 에코백’ 에디션도 인기 몰이 중이다. 한정판 에코백 수익금을 질병관리본부에 기부한다는 소식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상품이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커버낫 × 스누피 70주년 컬렉션’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누구나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라이브 쇼와 무신사 쇼케이스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무신사가 하이트진로와 협업해 판매한 참이슬 백팩은 400개가 5분 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브랜딩, 브랜딩, 브랜딩...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는 언론을 통해 꾸준히 '사업의 핵심은 브랜드'라고 밝혀온 바 있다. 플랫폼으로써의 무신사는 서포터일 뿐 브랜드를 최우선시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조 대표는 브랜드가 70이며 플랫폼은 30의 역할만 한다고 말한바 있다. 플랫폼의 최우선 목표 역시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무신사의 시작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프리챌'이라는 커뮤니티에서였다. 그저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순수한? 온라인 모임이었다. 아마 그 누구도 그때의 무신사와 지금과 같은 거래액 1조를 내다보는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런 무신사가 '브랜드'를 강조하는 점은 흥미롭다. 무신사는 비슷한 컨셉의 블랭크처럼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기 보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일에 집중했다. 자사 브랜드를 고민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수 천개에 달하는 입점 브랜드는 지금의 무신사를 만들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다. 무신사는 그런 브랜드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도슨트이자 소믈레이고 큐레이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온 세상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브랜드의 성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제 세상은 신발 덕후가 매출 3000억 원의 회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이러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과 개성과 취향, 그리고 이를 지켜낼 수 있는 고집이다. 무신사의 20년 전을 기억하자. 덕후가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다. 아이템과 입지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추천하면 남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안목과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지금의 시장에서 통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무진장'이라는 단어 다음에 신발 대신 들어갈 단어가 당신에게도 있는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20년 후 모습을 결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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