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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싼 게 아니에요, 그들이 비싼 거에요

와이즐리는 싸다.

면도날 4개에 8,900원이라니...
마트에서 2만 원을 훌쩍 넘기는 질레트에 비하면
그야말로 가성비 짱인 그런 브랜드다.  

하지만 와이즐리는 싼 가격을 강조하지 않는다.
독일 현지에서 생산한 면도날을 강조한다.
분명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긴 하지만
저가 제품으로 포지셔닝 될 경우
미래가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일단 도루코가 버티고 있다.
더 싼 가격의 정기구독 제품도 있다.
심지어 쉬크조차 질레트보다 싸다.
그래서 와이즐리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우리가 싼 것이 아니라 쟤네들이 비싼 거야.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게 현명하고 합리적이야.
그런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패키지를 고급화했다.
2세대 면도기는 1세대의 약간의 촌스러움을 벗어 던졌다.
면도기와 함께 배달되는 브로슈어는 잡지 같다.
사이트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하나같이 고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와이즐리는 싸다고 여기지 않는다.
합리적이라고 여길 뿐.


와이즐리의 퍼포먼스 마케터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와이즐리의 미래를 브랜딩에서 찾고 있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의 디테일을 고민하고
패키지의 송장 위치와
브로슈어의 내용까지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브랜딩은 인식의 싸움이다.
이들은 초저가의 쉬운 싸움을 포기하고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선택이라는 포지셔닝을 선택했다.
한 번 저가로 낙인? 찍히면
끝없이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거란 판단에서다.
과연 이 시장의 싸움은 어떻게 끝이 날까?
적어도 나는 당분간 질레트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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