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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님, 방장님 우리 방장님

최근 어떤 분에게 일감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연결해드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굳이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주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있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일은 잘 끝났다. 문제는 일주일이 지나도 그분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거였다. 이런 저런 일을 함께 하려고 한 상황이라 연락을 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다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연락이 없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렇게 카톡을 보냈더니 답이 왔다. 핵심만 말하자면 수수료를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회사가 컸고 제시한 금액이 작았다고 한다. 마음 한 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동안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진실되고 착해 보여도 이해 관계가 물리는 순간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일도 그랬다. 내가 돈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안 받아도 될만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돈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던 것일까? 돈 대신 성의를 표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작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스몰 스텝에는 모두 서른 개가 넘는 단톡방들이 있다. 최근 유튜브를 시작해 각 방과 방장님들을 소개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세줄 일기와 감사 일기방의 방장님들과 유튜브 녹화를 했다.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자연스럽게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더운 여름날에 딱 어울리는 맥주 한 잔과 라멘, 카레를 먹었다. 물론 출연료는 없다. 수익을 내기 위한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분도 아무 조건 없이 촬영 요구에 답해 주었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소중한 관계를 돈 때문에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넌지시 세줄 일기방 방장님께 얘기를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서로 솔직해지세요."


평소 비폭력 대화와 애니어그램 등으로 사람들과 수많은 상담을 해온 세줄 일기방 방장님의 한 마디가 폐부를 찔렀다. 그렇다. 그는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마음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음에 없는 제안을 했고, 일이 끝나자 아까운 마음이 슬그머니 그 사람의 마음을 잠식했을 것이다. 그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니 나도 솔직할 수 없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조금 바보 같아도 솔직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돈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더 깊은 신뢰의 관계로 들어갈 수가 있다. 주변의 관계를 돌아본다. 나는 충분히 그들에게 솔직하게 대하고 있는가. 반성하고 또 반성해본다. 힘들더라도, 손해를 볼 것 같더라도 좀 더 솔직해야겠다.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은 시원함에 마음이 뻥 뚫리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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