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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골목 깊은 곳에서 '브랜드'를 만났다

정육점은 신림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있었다. 지나가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그런 가게였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후 그곳 대표님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시식까지 한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작지만 내실 있는 브랜드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는 한결같은 깨달음 하나, 내 지식은 반쪽짜리였구나. 겸손해진다. 또 어느 골목의 조그만 가게 하나가 이렇게 뜨겁게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가게가 수많은 다른 정육점과 차별화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게 주인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숙성의 차이입니다. 아무리 좋은 부위라도 어떻게 고기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에 온도와 습도를 반드시 체크합니다. 누가 봐도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대표님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굳이 '브랜드'가 되어야 할까요? 맛있고 값싼 고기를 팔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정육점 주인이 다시 말했다. 일본에서 오래된 야채 가게 하나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조그만 가게에도 이름이 있더군요. 사실상 브랜드인 셈입니다. 몇 백년 된 그 가게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순히 야채가 아닌 '이름'을 팔고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이름을 걸고 정말 좋은 고기를 값싸게 팔고 싶습니다.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나는 브랜드를 책으로, 글로 배웠다. 어줍잖은 브랜드 관련 책 한 권도 썼다. 하지만 이런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절로 겸손해진다. 대기업에서 화려한 학위를 받은 컨설턴트들에게서도 느끼지 못하던 아우라다. 살아 있는 지식이다. 나는 이런 브랜드가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이름을 건 수백 년 된 조그만 가게, 그게 진짜 브랜드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런 가게들이 많아지면 가장 행복한 건 소비자다. 선택의 즐거움이 늘어날테니 말이다.



브랜드란 말이 큰 회사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골목에서 떡볶이를 팔아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자신이 파는 제품과 서비스에 영혼을, 가치를 담아 팔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미 그런 일은 골목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브랜드를 매일 같이 찾아다니고 있다. 재미있고 신이 난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 모두 브랜드가 되자.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선 나만의 가치와 경험을 세상에 팔아보자. 그것이야말로 정말 나답게 사는 것 아닌가 말이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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