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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사람들은 왜 '버섯'을 키우는 걸까?

    어느 날 종종 들르는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쌈으로 나온 상추에서 조그마한 달팽이 한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었습니다. 첫째인지, 둘째인지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달팽이 키우기는 결국 온전히 제 몫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개똥철학을 가진 저는 이 달팽이들에게 매일 매일 상추 잎사귀를 하나씩 가져다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이 달팽이가 알까지 낳은 겁니다. 덕분에 저의 3,4대에 걸친 달팽이 키우기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고된 작업은 결국 동네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계곡의 그늘에 이 달팽이들을 방생하는 것으로 '겨우' 끝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독박 키우기는 달팽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햄스터와 쿠피, 지금은 고양이(길냥이) 집사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 아주 기발한 상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무순, 청경채, 적무싹' 키우기 세트였습니다. 그 고생?을 하고도 마음이 동하였습니다. 매일 매일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무순은 키우면 먹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닙니까.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습니다. 다른 제품들은 없는지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느타리 버섯 키우기가 보이네요. 심지어 집에서 콩나물 키우기 키트 재배기까지 있습니다. 호기심에 상세 페이지를 그야말로 '상세'하게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느닷없이 '코로나 블루'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인즉슨 이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버섯 키우기로 일상의 활력을 얻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집콕'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은 아주 복잡다단한 존재?입니다. 그들의 구매 행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콩나물을, 무순을, 청경채를 먹으려고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저 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흐뭇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관상용 어항,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다양한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키우는 사람들은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욕망을 채우는 정상적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재배하는 사람들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입니다. 그저 그로 인해 얻는 '욕구'의 종류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제가 3대에 걸쳐 달팽이를 키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생명이니 쉽게 버릴 수 없다, 매일 매일 자라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을 통해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주장한  9가지 다중지능이론 중에 '자연주의적 지능'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욕구의 발견은 곧 시장의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식품이나 물건을 직접 만드는 ‘자급자족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집에 갇혀 지내는 김에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1일 G마켓에 따르면 지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자급자족 소비’ 관련 제품 판매량 최대 두 배 늘었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급자족 취미는 채소 직접 재배라고 하네요. 베란다나 다용도실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5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박세리 선수가 테라스에 상추와 공기정화 식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엔 ‘박세리 화분’이 등장하기도 했지요.



G마켓에선 지난 한 달 ‘텃밭 세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113%) 가까이 올랐습니다. 모종은 66%, 씨앗은 27% 증가했습니다. 특히 물만 주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콩나물 키트, 하루 3번 물만 주면 1주일 만에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버섯 재배 세트도 잘 팔린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버섯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흙 없이 깔끔하게 키울 수 있는 수경재배 식물도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잡념을 없애주고 시간 가는 것을 잊게 해준다는 수공예품 제작 관련 제품도 잘 팔립니다. 십자수(46%), 비즈(22%), 펠트(6%), 퀼트(6%) 재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증가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엔 수공예품 인증 사진이 넘쳐납니다. 유튜브 등 각 동영상 플랫폼엔 초보도 따라 할 수 있는 콘텐트가 많고, 시작이 쉬운 세트 상품도 다양합니다.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게 브랜드 공부를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이템이나 입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의 욕망과 욕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거기서 이전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발을 동동 구르는 코로나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들의 너머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욕구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를 상품화하면 시장이 되고 매출이 됩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숨은 욕망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코로나기 있기 전에도, 코로가 만연한 지금에도 인간의 욕구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그 종류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브랜드는 이것을 페인 포인트(pain point, 통점)이라고 부릅니다. 한 마디로 '가려운 곳'을 말합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는 사람들의 어떤 욕구와 욕망과 불편을 해결해주고 있나요?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비즈니스가 가장 고민해야 할 대목이자,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만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 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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