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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대한 새로운 생각, 라크라센타

인천의 조양방직, 김포의 근린공원, 성수동의 대림창고... 이들 중 한 곳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도대체 카페란 곳이 뭐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말입니다. 흔히들 커피숍이라고 하면 도심의 골목에서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곳 정도로 생각하실 거에요. 하지만 이들 매장은 좀 다릅니다. 일단 규모부터 어마어마하죠. 조양방직은 말 그대로 과거의 방직 공장을 카페로 개조?한 곳입니다. 공장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죠. 근린공원은 카페라기보다는 식물원에 가깝습니다. 건물 안에는 연못이 있고 그 안에선 잉어들이 헤엄쳐 다닙니다. 가족 단위의 손님들은 그 옆 정자에서 하루 종일 놀다 가죠. 커피보다 빵의 종류가 더 많습니다. 과연 이런 곳을 그냥 카페라 불러도 괜찮은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더프로덕트'의 강수원 대표는 '라크라센타'라는 카페를 운영합니다. 앞서 소개한 공장형, 혹은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카페들의 원조격인 매장을 한국에 처음 열었습니다. 우리나라 카페의 기준을 바꾸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만나 차별화의 비밀을 물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카페들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법을 물었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공부하다 온 그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네 나온 대답은 다름아닌 '정체성'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 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메뉴, 공간의 특별함이 드러나야 한다고 몇 번이고 곱씹어 말했습니다. 혹 '카페나 하나 할까' 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인터뷰를 꼭 읽어보세요. 카페를 해보겠다는 당신의 생각이 바뀔 수도,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카페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Q.  어떤 이유로 지금과 같은 일을 시작하셨나요?


원래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처음 취업한 곳도 카페 관련 회사였구요. 마침 한국을 더 경험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픈한 '라크라센타'는 일종의 테스트 매장이에요 커피 원두는 물론 다양한 카페 관련 제품을 취급하면서 손님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어요. 우리 매장에서 잘 되는 메뉴라면 다른 매장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실제로 새로 카페를 오픈하는 사장님들을 모시고 와서 시음이나 시식을 할 때가 많습니다.


Q. 미국과 한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미국은 워낙 땅덩이 넓고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어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것들도 많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한국은 제품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다만 한국 시장은 워낙 트렌드가 빨리 변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죠. 다만 그 가게, 그 브랜드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제품이나 방향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국의 다양한 제품들을 먼저 경험해보고 한국에 소개하면 어떨까 해서 지금의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자연스럽게 잘 되는 카페, 그렇지 않은 카페에 대한 안목이 생기셨을 것 같은데요.


기계적으로 일하는 분이 있지만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들도 계시죠. 처음엔 잘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물이 달라져요. 커피는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요. 그런 경우 그 가게만이 만들 수 있는 부메뉴가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새로 카페를 창업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정체성,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그 매장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선명해야 해요. 그건 가격이 될 수도 있고, 맛이나 메뉴의 다양성에 있을 수도 있겠죠. 그 다음에 입지나 인테리어를 고민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메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뉴가 그 카페나 주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Q.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만든 '라크라센타' 매장은 오픈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1호점이 문래동에 있죠. 이 매장은 '카페테리아'가 기본 컨셉이에요. 해외에서 공부할 때 자주 경험했던 곳이죠. 커피는 물ㄹ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이에요. 200평 짜리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죠. 공간이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다 다양한 메뉴가 이 카페의 정체성이에요. 지금은 이런 컨셉의 카페들이 적지 않지만 그때는 확실히 차별화된 곳이었다고 자부합니다.


Q. 새롭가 다양한 메뉴, 넓고 자유로운 공간이 성공이 가장 큰 이유였을까요?


사람들은 새롭게 신선한 것, 해보지 않은 경험에 항상 끌린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가본 곳은 나도 가고 싶어 하죠. 예를 들어 라크라센타는 온 가족이 여행이나 소풍을 간 것 같은 느낌을 주죠. 공간이 주는 매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고 생각해요.



Q. 스타벅스가 커피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팔기로 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2012년 무렵이었을거에요. 스타벅스가 로고를 바꾸면서 와인을 팔겠다고 선언을 했죠. 사실 처음엔 미국에서도 말이 많았어요. 카페에서 무슨 술이냐며 불만의 소리가 높았죠.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먹거리는 물론 티바나라는 티 브랜드까지 런칭을 했죠. 한국의 많은 카페들이 참고하는 스타일이 되었구요. 결과는 시간이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라크라센타만의 가장 큰 차별점을 무어라 생각하시나요?


한 공간에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죠. 함께 일하는 파트너 한 분은 요거트 파우더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분이에요. 예를 들어 이탈리안 요거트는 산미가 있고 새콤 달콤해요. 그에 비해 그릭 요거트는 딥하고 진한 느낌의 맛이죠. 하지만 파트너가 개발한 요거트는 어느 정도의 산미와 함께 깊은 바디감을 느낄 수 있어요. 저희 제품에 빠지면 다른 건 못 먹을 정도죠.


Q. 최근 대표님이 가장 주목하는 카페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베트남에 갔을 때 '콩 까페'를 처음 알게 됐어요. 당장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매력 있었어요. 하지만 아직 내가 만든 브랜드도 자리를 못잡은 상황이라 욕심을 접었죠. 대신 그 맛을 재현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리셨더군요. 자기가 콩 까페 마니아인데 여기가 더 맛있다구요.



Q. 문래동 외에 구로에도 매장이 있습니다. 두 곳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문래동은 가족 단위의 손님이나 커플들이 많이 찾아요. 주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리뷰나 사진을 보고 많이 찾아외죠. 반면 구로 매장은 주변 관공서분들이나 회사원, 주민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많이 찾는 메뉴도 각각 달라요. 문래동은 파스타나 피자, 브런치, 커피가 인기 있어요. 반면 구로는 출근 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굿모닝 세트나 파니니, 샌드위치, 스낵 류 등이 많이 나가죠. 아마 두 곳의 소비자가 가진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Q. 사람들은 왜 카페에 올까요?


저만 해도 집에 커피 관련 기구들이 빼곡히 있어요. 하지만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건 연례행사에요. 매장에 나오지 않을 때도 근처 카페를 찾죠. 아마도 공간이 주는 편안한, 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카페는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에요. 그 공간에서의 안식과 휴식을 파는 곳이기도 하죠. 라크라센타를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커피 외에도 다양한 메뉴는 물론 대관도 가능하고 갤러리로 활용될 때도 있으니까요. 구로만 해도 입주사 분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쇼케이스가 중간중간에 있구요.


Q. 새롭게 카페를 열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준비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꼭 해야만 하는지 오래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피에 재능이 이는지, 손님은 잘 대접할 자신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하구요. 어릴 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물 장사가 남는 거라구요. 하지만 물장사만큼 어려운 것도 없죠. 남들도 다 가진게 바로 물이니까요.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다 한다고, 쉬워보인다고,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어서 한다는 생각은 위험해요. 절대 그런 이유로 시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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