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용어가 아마도 '컨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이 말을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관련된 책을 수없이 봐도 알아듣게 설명할 자신이 아직도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컨셉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일종의 '구별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장품에 '제주'라는 컨셉을 더하니 '이니스프리'가 되고, 똑같은 운동화에 '워킹화'란 컨셉을 더하니 시장이 뒤집어졌습니다. 이 컨셉을 위하기 위한 공식은 딱 하나 입니다. '제품'이 아닌 '무엇'을 파는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흩어진 제품의 특징들을 단 하나로 모아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그 무엇, 그것이 다름아닌 컨셉이라는 마법의 실체입니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 역시 이 컨셉의 힘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디퓨저가 '탄생화'로 돌변합니다. 사람들이 열광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12달 중 어느 한 달에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생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한 하루입니다. 그 하루의 이미와 가치를 더하기 위한 선물로서의 디퓨저는 더 이상 흔하디 흔한 그런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리빙앤유는 그렇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컨셉으로 '번역'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멋진 브랜드입니다. 이 회사는 모두 네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봉제제품을 파는 품, 조화와 디퓨저를 파는 아스파시아, 생화를 파는 그리니움, 그리고 오늘 소개할 '월간 탄생화 지음'까지. 이 브랜드는 어떻게 평범한 제품을 비범한 컨셉으로 바꾸어 시장을 바꿔가고 있을까요? 김지연 대표는 이 컨셉의 힘을 제품이라는 모양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Q.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었나요?
인터파크, 네이트몰, 11번가 등 전자 상거래 기업에서만 약 10여 년 간 일했습니다. 그러다 제 나이 서른 여섯에 덜컥 창업을 했어요. 충분히 준비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회사라는 큰 우산을 벗어나 보니 그렇게 추울 수 없더군요. 제조나 수입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쉽게 시작했던 거에요. 커머스에 시작과 끝이 있다면 그저 끝단의 과정 밖에 경험해보지 못하고 창업을 했던 겁니다.
Q.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일단 업계의 사람들이 쓰는 용어나 룰 자체를 몰라서 헤맸어요. 당연히 관련된 인맥도 없었지요. 아무런 배경 없이 무조건 발로 뛰면서 하나 하나 배워가기 시작했어요. 어떤 제품을 어떻게 제조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공장을 찾아가기도 했구요. 아마 사업을 시작하신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하시리라 생각합니다.
Q. 제품을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필요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상품 기획이나 영업 미팅을 할 때면 항상 직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과연 우리가 만들고 유통하는 제품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떤 가치를 주는가 하는 것이죠. 제품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우리가 확신이 없으면 시장의 반응도 기대할 수 없는 거죠.
Q. 리빙앤유의 '월간 탄생화 지음'이라는 브랜드가 특이합니다.
탄생석은 알면서도 탄생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약 100여 종의 탄생화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거든요. 생일 선물로 딱 좋은 컨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 월 별로 대표할 수 있는 꽃들을 정했죠. 그리고 12종의 월별 탄생화의 컨셉을 따라 디퓨저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9월의 탄생화는 코스모스에요. 그 달에 태어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디퓨저 받침과 부피감 있는 조화를 넣어서 제품을 구성했죠. 컨셉상 매달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는데도 이번 달에만 7,000여 개 정도를 판매했어요.
Q.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시게 된 건가요?
탄생석은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아이템이었어요. 일종의 레드오션인 셈이었죠. 그래서 보석이 아닌 다른 아이템은 없을지를 고민했어요. 그때 떠오른게 바로 탄생화 컨셉이었습니다. 제품 패키지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넣었어요. 거기에 각 월을 대표하는 꽃에 관한 자작시를 넣었죠. 예를 들어 9월의 탄생화인 코스모스는 꽃말이 '순정'이에요. 디퓨저의 향 뿐 아니라 세상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가치'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 외에도 소개해주실 만한 제품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제조와 수입을 병행하며 사업을 시작했어요. 걔 중 하나가 길쭉한 모양의 바디 필로우였죠. 잘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던 제품이었어요. 그런데 길다란 모양을 보니 빼빼로 데이에 과자 대신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거기에 빼빼로 모양의 커버만 새로 씌워서 쿠션을 만들었죠. 이 제품은 작년에만 7500여 개를 판매한 회사의 효자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Q. 이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아마도 20여 년 간의 경험을 무시할 순 없겠죠? 제가 워낙 꽃과 향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 여행을 통해 관련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거기에 벤치마킹과 시장 조사이 더해지니 일종의 '촉'이 생기더군요.
Q.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어려운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올해에만 25,000개의 꽃다발을 수입했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이 열리지 않아서 단 하나도 팔 수 없었죠. 창고에 두었더니 반 이상이 곰팡이가 피어서 80%를 폐기했어요. 무려 3억 원의 손실을 보았죠. 돈을 주고 쓰레기를 버린 셈이에요. 하지만 사업상의 수업료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30%의 성장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회사의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시장은 판매가 되면 자동 정산이 되니 돈을 못 받을 일은 없어요. 그러니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을 하는 분들은 빨리 온라인으로 건너오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제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하셨다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통신판매업 신청도 좋고, 관리자 페이지에 대한 수업을 들으셔도 좋아요. 그게 뭐가 되었든 당장 실행하는 겁니다.
Q. 회사의 메인 타겟은 어떤 고객들인가요?
일단 어떤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할지를 먼저 생각해요. 채널 별로 잘 팔릴만한 제품을 따로 기획하는 거죠. 키워드 검색을 자주 하는 고객을 위해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를,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쿠팡을, 선물하기를 워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카카오에 입점하는 식이죠.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고객은 저의 메인 타겟이 아니에요. 좋은 품질의 안전한 제품,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하는 분들이 찾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채널 선택의 조건이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을 한 군데서만 하지 않아요. 각자의 소비 습관에 따라 다른 채널의 사이트를 이용하죠. 그러니 자신의 제품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 판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팔려면 한 번 고민하고 비틀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탄생화에 관한 아이디어도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어요.
Q.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요즘은 창업 프로그램도 많고 지원사업도 많아요. 10년 전 보다는 비즈니스 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초창기에 창업 보육 센터에서 배웠던 분들 중에 지금도 사업을 유지하는 분들은 채 5%가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 분들의 공통점을 보니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어요. 일단 '자기의지력'이 뛰어나고, 그에 더해 '실행력'이 있었어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먼저 해보라고 말씀드린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저도 올해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틀만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해야할 일은 반드시 해내는 것, 그게 지금과 같은 위기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