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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를 버거답게, 크라이치즈버거를 만나다 (1)

이제 고 2인 큰 아들은 방 밖을 잘 나오지 않는다.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한다. 중 2인 딸은 더 이상 아빠를 찾지 않는다. 절친이 있고 무엇보다 유튜브가 있다. 그래서 외식을 가자고 해도 시큰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날 크라이치즈버거를 맛 본 이후로 아이들을 불러내기가 훨씬 쉬워졌다. 가까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는 쳐다도 보지 않던 아이들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크라이치즈버거를 먹으로 가자고 하니 한 번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버거 맛의 진정성을 알게 된 때도 아마 이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약 3개월 동안 크라이치즈버거를 컨설팅했다. 대표와 이사, 각 지점의 점장들을 만나 두루 인터뷰했다. 사실 처음에는 특별한 장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쟁쟁한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이 있고 그 맞은편엔 고품질의 수제 버거집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될 수도록 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커져만 갔다. 그들이 하는 얘기를 매장에서 하나 둘씩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거는 맛있었고 매장은 깨끗했다. 종업원들은 친절했고 서비스들은 디테일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의 기점은 아마도 주말 오후 아이들이 기꺼이 차에 올라 양재점으로 향하던 그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래의 인터뷰는 사람을 끄는 이 페로몬의 비밀을 캐기 위한 작은 노력의 기록이다.


Ineterviewed with 신지우 대표, 김기엽 이사


크라이치즈버거 김기엽 이사 (왼쪽), 신지우 대표 (오른쪽)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전역 후에 여러 일을 해보았지만 잘 맞지 않았다. 햄버거를 좋아해서 햄버거 가게에 취직했다. 이태원에 JC 버거라는 곳이었다. 미군 손님들이 많았는데 인앤아웃 버거 얘기를 많이 했다. 호기심에 검색으로 정보를 얻어 사진을 보면서 만드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관광 비자로 미국에 갔다. 직접 가서 인앤아웃 버거를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얼바인에 숙소가 있었는데 5분 거리에 인앤아웃 버거가 있었다. 퇴근 후에 가서 먹어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버거 맛을 직접 경험했다.


Q. 무엇이 달랐나?


현지 사람들이 얼마나 인앤아웃을 좋아하는지를 느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인앤아웃은 한 마디로 '서부의 자랑'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바로 인앤아웃 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싸고 맛있는데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다. 70년 동안 인근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만 만드는데다 지역 환원도 많이 하고 있었다. 시급 역시 맥도날의 만 원 보다 삼 천원이 많았다. 점장 중에는 연봉이 1억인 사람도 있다고 했다. 미워할 수 없는 브랜드구나 싶었다.


Q. 미국에는 얼마나 있었나?


태권도 가르치는 일을 3개월 간 했다. 그런데 관장님의 제자 중에 인앤아웃 점장님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방문하고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그 때 당시 JC 버거와 밸런스 버거 같은 수제 버거집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미국에서 다양한 버거집을 가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쉑쉑 버거의 빵처럼 여러가지 버거의 장점을 조합하려 했다. 그러다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모두가 서부에 가볼 수 없으니 그곳에 가야 먹을 수 있는 버거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서부의 자부심, 인앤아웃 버거


Q.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오히려 그때는 별 것 아니라고 여겼다. 여기보다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버거를 계속 만들다보니 점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직접 볼 때는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해보니 아니었다. 그 대단함을 점점 더 느끼게 됐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버거가 있다면?


해빗이라는 버거가 있었다. 2018년도 컨슈머 리포트에서 인앤아웃을 제치고 1위를 한 버거 브랜드였다. 그곳은 직화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맥반석을 깔고 오징어처럼 패티를 구웠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직화로 고기를 굽다가 손님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일단 연기가 너무 많이 났다. 사용한 돌도 매일 씻어야 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접었다.


Q. 부천에서 처음 오픈했다.


12평 가게에 18개의 좌석이 있는 작은 가게였다. 인앤아웃 스타일로 버거를 만들었다. 수제 치즈 버거를 2700원에 팔았다. 당시 인앤아웃 버거가 2달러 50센트 정도 했다. 앞뒤 따지지 않고 환율에 맞춰 계산하니 그 가격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비교를 많이 당했다. 쓰레기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시장은 냉정했다. 인앤아웃을 먹어본 사람들이 칼을 갈고 가게를 찾았다. 마치 '감히 너가 인앤아웃을 말해?' 라는 분위기였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Q. 그 뒤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방황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앤아웃보다 좋은 버거를 만들기 위해 온갖 것을 넣어보기 시작했다. 메뉴가 6,7개까지 늘었다. 감자만 해도 여러 종류였다. 베이컨, 파인애플, 버섯, 피망, 비비큐까지 있었다. 치킨까지 하려고 했다. 다른 가게가 파인애플을 넣으면 우리는 2개를 넣는 식이었다. 예전보다 낫다는 사람들 말에만 귀를 기울였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지금의 세 개 메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Q. 그후 손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전보다 맛있다는 분들이 점점 늘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트렌드에 따라서 유행하는 브랜드들이 많다. 하지만 질소 아이스크림이나 타이거 슈가처럼 반짝 하고 마는 브랜드들도 많다. 유행이 아닌 생활 속 브랜드가 되고 싶다. 한식처럼 꾸준히 먹는 음식으로 만들고 싶다. 인앤아웃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Q. 직원들끼리 절대 반말을 쓰지 않는다고 들었다.


일하는 곳의 공기(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주방장의 곤조나 상호 존중이 힘든 상명하복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전에 다른 가게에서 일해본 경험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서로 존중해야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약간의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 그게 문화가 되면 따로 교육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문화에 동화된다. 직원들의 일하는 분위기가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라이치즈버거는 오직 직영점만 연다. 점장은 모두 직원 출신이다.


Q.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한 번은 불판을 닦는 스크래퍼의 칼날이 부러져 버거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적합하지 않은 도구를 쓴게 문제였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손님이 일하던 보험 회사로 찾아가 300개의 햄버거를 무상으로 드린 적이 있었다. 감자 튀김에서 나무 조각이 나왔을 때는 손님을 두 번이나 찾아갔다. 처음엔 이물질 회수를 위해, 두 번째는 이물에 대한 결과 리포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두려운게 손님이다. 손님들이 제일 두렵다. 그 때문에 우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또 다른 문제 해결의 사례가 있다면?


햄버거를 두 겹으로 포장을 하는데 안쪽 종이에 치즈가 붙어 먹기 힘들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햄버거를 먹을 때 함께 딸려 나온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 유산지에 코팅을 했다. 양재점을 처음 오픈했을 때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4분이나 크게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1,400만 원을 들여 두 번이나 타일을 교체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움은 끝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은 끝이 아니다. 크라이치즈 버거의 정점은 아마도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일 것이다.



Q. 기본을 지키는게 왜 그리 어려운가?


싸고 맛있으면서 친절하게 팔기가 어렵다.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싸게 많이 팔려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 많이 팔려면 준비 기간도 많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이 선택하기 힘든 모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힘든 방식이다. 객단가를 높이고 회전을 적게 해서 매출을 높이는게 가장 편하다. 이렇게 프리미엄으로 가는게 오히려 맞는 방법이다. 지금의 우리 방식은 2년 안에 돈을 벌어서 집을 살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겐 힘든 방식이다.


Q. 그런에 왜 어려운 길을 고집하나?


큰 그림으로 볼 때 외식업은 정도를 걷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인앤아웃은 70년 간 오직 세 개의 메뉴만 고집했다.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치즈버거가 그것이다. 그러다 60년이 지난 어느 해 신메뉴를 내놓았는데 그게 핫초코였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브랜딩은 무언가를 더하는 과정이 아니라 반대로 빼는 과정이다. 처음엔 흉내로 시작했지만 언젠가 뛰어넘는 위치까지 오르고 싶다.


Q. 그 목표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얼마 전 소금의 두께를 바꿨다. 0.01이라도 맛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맛이 정점이 아니니 매진할 수 밖에 없다. 양상추는 2kg 포장을 1kg으로 바꿨다. 쉽게 물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진공 포장이 풀어지면 그때부터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버거의 완성도는 이런 디테일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재미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카페에서 2시간씩 이런 얘기를 한다. 어떻게 하면 맛있을지, 어떤 의자를 사용하면 손님들이 더 편할지를 항상 고민한다.



Q. 최고의 버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 양상추, 토마토, 양파, 치즈 이 다섯 가지 재료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를 얻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양상추 외에 양배추를 넣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안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주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양파를 구울 수도 있고 칠리 페퍼를 넣을 수도 있다. 탄수화물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은 빵 대신 양상추로 감싼 프로틴 스타일도 주문할 수 있다. 다섯 가지 기본 재료 안에서 손님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다.


Q. 브랜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을 지키는 디테일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버거의 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고기 패티에 결코 다른 고기를 섞지 않는다. 레이크룩의 자서전을 본 적이 있다. 처음 맥도날드를 만든 형제 창업자는 패티란 다른 어떤 고기도 섞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걸 따르고 있다. 그 단순함이 지금의 인앤아웃과 맥도날드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우리도 그런 버거, 그 이상의 버거가 될 것이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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