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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경력 간호사가 리빙 제품을 판다면?

그녀는 10여 년간 치과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천직이라 여길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평생 간호사로 일할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병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친구의 권유로 스마트 스토어에서 리빙 용품을 파는 일에 눈을 떴습니다. 아이의 돌반지까지 팔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첫 두 세달의 매출은 수십 만원에 그칠 만큼 초라했습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위한 다양한 지식을 세미나와 책,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세 페이지에 무얼 쓰면 되고 무얼 쓰면 안되는지, 키워드는 무엇을 지정해야 잘 검색되는지를 하나 둘씩 배웠습니다. 그렇게 2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의 브랜드는 무려 500여 가지의 제품을 취급하는 스마트 스토어의 '빅 파워' 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은 '요술 지팡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보라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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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궁금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스토어에 도전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도 의문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단 취급하는 제품 자체의 특별한 경쟁력을 알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제품은 매력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팔렸다는 '마늘 다지기'가 특히 그랬습니다. 조그만 절구에 넣고 빻을 때마다 튀어나가는 마늘을 줏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당장 사고 싶을 만큼 좋은 아이템이었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지긋이 눌러주기만 해도 마늘 하나가 금방 다져서 나오니까요. 스푼을 내장한 양념병도 아이디어 상품이었습니다. 양녕통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지저분해지는 경험을 다들 한 번씩은 해보셨을 테니까요. 문제는 이게 특허 받은 유일무이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시나 유사한 제품을 수입해 파는 곳들이 금새 많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브랜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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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름아닌 박 대표의 이전 직업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치아가 불편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만큼 친절은 필수였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덜 불편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살려 생활 속 작은 불편을 찾는 일에도 더 능숙했을 것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디테일한 재질의 차이를 발견하는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박 대표는 제품을 하나 보낼 때마다 보너스 제품을 넣어준다고 합니다. 오후 1시 배송이 기본이지만 오후 4시까지 기다렸다가 당일 배송을 한다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제품을 빨리 받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밀한 마음씀의 경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건 아마도 오랫동안 치과의 간호사를 천직으로 알고 일했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 배려의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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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토어를 통해서 제품을 파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한 마디로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사업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시작할 순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다면 무엇을 팔 것인가 만큼이나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서리 틈새 청소 용품 브러쉬, 전자렌지 푸드 커버 수분 방어막, 친환경 슬라이드 잡곡 쌀통... 하루 종일 집안 일과 씨름하는 주분들만 알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배송을 통해 보내는 것은 제품이지만 그 과정은 '공감'이어야 합니다. 별 다섯개로 빼곡한 후기들을 보면 이 교감의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금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물건을 싸게 파는 일에만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편을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 스마트 스토어의 고객들을 참여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 자신만이 가진 '경쟁력'을 접목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요술 지팡이'의 경쟁력이 오랜 기간의 간호사 경험에 나온 배려와 교감의 능력에서 나왔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만이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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