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인테리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늘의집'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해이기도 합니다. 리빙 관련 콘텐츠에서부터 스토어, 인테리어 시공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이후 조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주 52시간 근무에 코로나 19의 장기화가 더해지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오래 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에 대한 관심은 물론 관련 앱의 다운로드 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오늘의집'의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업계 최고 수준인 1400만을 돌파한 지 오래입니다. 월 거래액은 커머스 분야와 시공 거래액을 합쳐 무려 1000억 원에 이릅니다. 이러한 성장은 결국 세계적인 투자사로부터 무려 770억에 달하는 투자를 받기에 이릅니다. 도대체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2014년은 리빙 브랜드 '스토리로드'를 창업한 신보경 대표에게도 특별한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때마침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도시사회학과를 나와 온라인 포털 매거진에서 일하던 신 대표는 이런 변화가 내심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이 창업으로 이어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직과 함께 생긴 공백 기간 동안 잠깐 손을 덴 사업이 커진 데에는 그동안 쌓아온 나름의 사업적인 안목이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바로 '오늘의집'이 타고 올랐던 거대한 트렌드의 파도를 직감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작은 성공은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그때 신 대표가 히트시킨 아이템 중의 하나가 다름아닌 '페이퍼백'입니다. 파리지앵들이 갓 구운 빵을 담아가는 종이 봉투 하나가 얼마나 큰 감성적인 가치를 지녔는지를 신 대표는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종이백이라 단가도 높지 않았습니다. 이 페이퍼백을 다양한 리빙 소품을 담는 수납함으로 포지셔닝하자 시장은 금새 반응했습니다. 종이백 하나로도 공간의 감성적인 격을 한층 높여주는 이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불어오던 인테리어 붐은 이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사업을 빠르게 본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제품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들자 한창 바쁠 때 뽑았던 15명의 직원들만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고집이 더욱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대출금, 사입금, 정산 시기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무려 1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신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콸러티가 떨어져서는 절대 안된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제품이 가진 원래의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신 대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공장 사람들과 싸우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품질은 포기하지 않고 포장과 배송 등의 과정에 디테일을 담았습니다. 일례로 스토리로드는 모든 제품의 포장 방식에 종이를 고집합니다. 비용을 무시할 수 없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들은 제품에 대한 만족 만큼이나 친환경적인 요소를 중시합니다. 한 마디로 가치있는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의 시장은 5년 전의 시장과 또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시간을 견뎌온 축적의 힘이 신 대표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온 몸으로 겪어왔기에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고 어떤 욕구를 채우고 싶어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말합니다. 좋은 생각은 누구다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녀가 처음부터 특별한 가치를 지향하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우연이 켜켜이 쌓이자 성공을 만드는 필연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 스토리로드가 팔고 있는 것은 평범한 리빙 제품들이지만, 그녀의 손을 거친 후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의미 있는 제품이 됩니다. 마치 평범한 종이백 하나가 파리지앵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페이퍼백'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어떤 '가치'를 팔고 있습니까?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