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종종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때가 있었다.
물론 일 년에 몇 백 권씩 읽을 때도 있었고,
책 분야의 파워블로거로 꼽힌 적도 있었지만
다분히 목적지향적인 독서였고
그마저 아주 오래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이
근래에 들었던 어떤 뉴스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게다가 가장 상업적인 방송사 중 하나로 꼽히는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만든 PD의 TV 프로그램이라니...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정도의 호흡이 가능한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존과 성공을 위한 삶에 필수적이지 않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살아지는' 삶을 살아가곤 한다.
맹목적으로 리더를 따르는 절벽 앞의 사슴떼처럼.
어제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한 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던 사람이
최소한의 다양성조차도 절대 인정치 않으면서도
'국가'와 '독재', '친일'과 '종북', '식민지' 지배에 대해
어떤 편견과 아집으로 가득할 수 있는지를 바라보면서
왜 우리가 다시 책을 읽어야 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념으로 인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거나
또 다른 불행의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빅뱅과 샘 스미스의 가사는 줄곧 곱씹으면서도
한없이 아름다운 우리말과 정서에는 귀를 닫고 살아왔는지를
한 편의 시를 통해 다시 배우게 되었다.
한 때의 유행처럼 또다시 스러져가겠지만
혹 그럴지라도 이 한 편의 시는 외우고 싶다.
사람은 밥으로 살지만
더 많은 시간을 밥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살아가기 때문에.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마음 한철’
*참고 기사: 최근 서점가에서 벌어지는 '있을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