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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가 산 '그것'에 대하여

책상 위에 놓을 조명을 샀다. 그 다음으로 웹카메라를 샀다. 마지막(이 되길 바라지만...)으로 크고 검고 두툼한 마이크를 샀다. 이 모두가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덕분이다. 여러 사람들을 줌미팅으로 만나면서 전에는 없던 욕심이 생겼고 결국 지르고 말았다. 노트북의 기본 카메라로 보는 내 얼굴이 너무 거무튀튀하고 못나 보여서다. 잘 생겨보이기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콸러티?를 바랐다. 그런데 하나 하나 지르다보니 이제 '목소리'까지 신경 쓰게 됐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로 끝이 없나보다. 이러다 자칫하면 집 안에 스튜디오를 만들지도.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쿠팡에서 샀다. 마음 먹으면 당장 손에 잡고 싶은 욕심 때문에 '로켓 배송'만 골랐다. 쿠팡에 나스닥에 상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 같이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이 크게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주문 후 다음 날 새벽에 물건을 배송받는 과정은 묘한 '쾌감'을 준다. 중독성이 있다. 눈을 감았다 뜨면 그토록 갖고 싶었던 '그것'이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눈을 비비며 배송 박스를 받으러 문을 열면 아직은 싸늘한 새벽 기운이 선잠을 깨운다. 그 묘한 충족감은 오직 로켓 배송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 말도 안되는 쾌감을 누리기 위해 누군가는 잠을 못자고 새벽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 한쪽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다시 로켓 배송을 고를테지만.


무언가를 사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이 꼭 절대적인 '필요' 때문만은 아님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조명이 없어도, 별도의 웹 카메라가 없어도, 마이크가 없어도 줌 미팅은 가능하다. 대개는 콩알만한 썸네일로 내 얼굴이 보일 것이기에 화질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욕심은 그치지 않는다. 좀 더 밝은 얼굴로, 좀 더 청명한? 목소리를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지저분한 방 안을 감추기 위해 '가상배경'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필요를 넘어선 '욕망'을 구매하는 것, 그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 점을 이해하는 '쿠팡' 같은 회사들은 떼돈을 번다. 이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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