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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 이야기와 교대 이층집

교대 이층집은 말처럼 꼭 2층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이밍을 이렇게 하고보니 임대료가 저렴한 2층에 문을 열어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참 영리한 가게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가게의 영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뭔가 친근하면서도 낯선 가게의 인테리어입니다. 오랫동안 육가공 업체에서 일한 이사님께 여쭤보니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인테리어를 관련 전문가들이 아니라 영화 소품팀에 맡겼다고 합니다. 19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를 요청했더니 페인트칠을 깔끔하게 한 후에 샌드 페이퍼로 밀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정감 있으면서도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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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가게나 브랜드를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층집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브랜드는 낙하산으로 유명한 제플 슈츠였어요. 1층 목 좋은 곳에 가게를 얻기 힘들자 무려 7층이나 되는 곳에 가게를 열고 샌드위치를 조그만 낙하산에 달아 떨어드렸으니까요. 사람들은 이 과정을 즐기면서 브랜드 역시 덩달아 유명세를 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조금 어려운 말로 '브랜드 경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반면 '으뜸50' 안경은 일부러 2층 이상에 가게를 열어 제품의 단가를 낮추는데 집중했어요. 이런 설명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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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게들을 만나다보니 문득 톰 소여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설 속 인물이긴 하지만 이 영리한 꼬마 친구는 60야드나 되는 높고 긴 벽의 페인트칠을 친구들에게 맡깁니다. 그것도 돈을 받고 말이죠. 콧노래를 부르며 페인트칠을 하는 그가 '아무나 이 일을 할 순 없어'라고 능청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저는 이런 과정이 마케팅의 과정과 꼭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힘든 일임에 분명한데도 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부를 수 있도 있을 겁니다. 그가 인간의 숨은 욕구를 다룰줄 알았기 때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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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이나 7층에 가게를 얻는건 누가 봐도 장사에 장애 요인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과정에 즐거움이나 이익을 담아내니 오히려 장점이 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비용이 필요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낮은 임대료를 내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각인시키는 이런 과정이 스마트한 브랜딩이 아니고 또 무엇일까요? 그러니 사람을 연구해야 합니다. 음식점이 맛으로 차별화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안경의 단가를 낮추는 작업은 아마 큰 자본을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 말고도 하나의 브랜드를 차별화는 방법에는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에는 '사람'이 있고 '욕구'가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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