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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비스티 버거'를 가다

버거 원정대 #04.

웬만한 버거 가게는 다 섭렵했을 크라이치즈버거 이사님께 물었습니다.


"햄버거 가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보시나요?"


답은 단순 명료했습니다. 가게 구석구석의 디테일을 집중해서 본다고 하시네요. 예를 들어 손으로 쓴 조그마한 안내 사항 등을 유심히 본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까지 인쇄해서 안내하는 곳이라면 일단 관리에 성공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한 가지 업에 정통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답입니다. 디테일이 때로는 전부를 말해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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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한남동 골목에 위치한 비스티 버거는 인상적인 가게는 아니었습니다. 좁은 매장이지만 솔직히 깔끔하다는 인상은 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직원들이 힘이 없어보였습니다. 다만 오븐이 있는 걸로 보아 빵을 직접 굽고 있는 것 같다는 크라이치즈버거 이사님의 예상은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제 버거가 주는 풍성한 식감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패티는 지나치게 얇았고 토마토, 양상추 등에 곁들인 소스도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쉬운 버거였습니다. 다운타우너를 닮은 세로로 세운 방식의 비주얼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도 뭔가 2% 아쉬운 포만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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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좋은 햄버거란 어떤 버거일까?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버거 가게를 섭렵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디테일한 차이들을 알게 됩니다. 일단 주목할 것은 가격입니다. 조그마한 수제 버거 가게는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이 완성한 시스템을 카피하기 어렵습니다. 한 두해 동안 쌓인 노하우가 아니거든요. 때문에 일반적인 수제 버거 가게가 그들과 가격을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크라이치즈버거가 '가성비의 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자체 패티 공장은 물론 연 단위로 야채를 수급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아마 일반인들은 결코 알지 못할 이 버거의 차별화 요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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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재료의 수급과 밸런스입니다.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 버거 가게들은 자연스럽게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객단가가 높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가격이 높더라도 그에 준하는 만족감을 주는 버거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간 어디에쯤 애매한 포지셔닝을 차지한 '비스티 버거' 같은 브랜드는 아마 그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에요. 게다가 햄버거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음식입니다. 구성 요소는 간단하지만 그 재료들의 조합을 완성하는 일은 절대 간단치 않아요. 쉑쉑버거가 미국산 쇠고기의 풍미를 앞세우는 버거라면 크라이치즈버거는 호주산 쇠고기의 담백함을 주무기로 합니다. 따라서 이에 어울리는 야채와 치즈, 감자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햄버거 매니아들은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를 금방 알아채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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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건 버거를 만드는 브랜드들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여러 햄버거를 비교해서 먹다보니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좋은 햄버거는 단순한 재료의 조합을 넘어선 시스템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수급하고 그에 어울리는 맛의 조합을 찾는 고행을 오랫동안 계속해야 하죠. 비스티 버거도 좋은 버거였어요. 다만 최고의 맛집들을 섭렵하다보니 조금 단순해보였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매일 먹는 한식처럼 자주 찾는 음식이 아니다보니 그 까다로움은 점점 커져갑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버거가 끌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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