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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내쉬빌의 핫 치킨 맛을 알아? '르프리크'

버거 원정대 #03.

약 3,4만에 서울숲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우선 역 입구의 풍경부터 달라졌더군요. 비싸기로 유명한 갤러리아포레 근처에 그만한 타워 팰리스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사실 서울숲 공원이 위치한 이 동네는 공단 근처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곳이었어요. 하지만 개발붐이 인 후로 동네 풍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약 2년 간 이 근처에 사무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변화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사실 건물보다는 사람이었어요. 평일 오후인데도 마치 주말처럼 사람이 많아 무슨 날이었나 확인해볼 정도였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이 아니면 비교적 썰렁한 동네였으니까요. 도대체 그 몇 년간 이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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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버거 원정대는 성수동 '제스티살룬'을 찾았습니다. 요즘 핫한 이 버거 가게는 서울숲역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게까지 찾아가는 길이 퍽이나 재미있어졌습니다. 골목 골목 재미있는 가게, 맛집들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줄 선 빵집에서부터 한창 공사중인 건물까지, 요즘 성수동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활기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았어요. 몇 달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늘 가던 메밀국수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찾아간 이 식당의 주인은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놀라서 고민이라고 하시더군요.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 동네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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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제스타살룬을 방문하진 못했습니다. 대기 번호가 17번인데 한 시간이 넘어서야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동네 구경을 하던 버거 원정대 일행은 이미 성수동의 '르프리크'를 찾아가고 있었어요. 내쉬빌 핫 치킨으로 유명한 이 버거 가게를 크라이치즈버거 이사님이 새롭게 추천하셨거든요. 전문가와 함께 하는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그때 그때 아무 가게나 찾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서울 시내의 거의 모든 버거 가게를 섭렵했을 이사님 때문에 어느 동네를 가도 그 곳에서 가장 맛있는 버거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발품을 조금 팔아야 했습니다. 제스티살룬이 있는 동네에서 성수역 인근의 르프리크까지 약 2,30분은 걸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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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르프리크에 왔습니다. 지난 주 PPS버거도 그랬지만 도저히 햄버거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인테리어였어요. 그냥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다만 버거를 팔 뿐인거죠. 지하에 위치한데다 조명이 어두워서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메뉴도 단촐했어요. 시그니처인 햄버거와 매달 바뀐다는 스페셜 메뉴 두 종류여서 망설임 없이 시그니처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매운 맛을 3단계로 조절 가능했는데 우리는 신라면의 매운만 정도인 2단계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매운맛에 약하신 분이라면 꼭 1단계를 주문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한 원정대 한 분은 연신 '맵다'를 연발했으니까요. 물론 맛있게 매운 맛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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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프리크 버거는 치킨으로 만든 패티에 코울슬로와 피클이 들어간 형태입니다. 맘스키친의 싸이버거를 좀 더 업그레이드한 모양이에요. 보통의 치킨보다 쫄깃한 맛이 살아있는 패티는 다 먹고나니 배가 부를 정도로 푸짐했습니다. 하지만 새콤한 코울슬로 덕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어요. 감자튀김은 따로 없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해야 합니다. 저희는 알감자 튀김과 가지를 주문했는데 일단 비주얼 부터가 요리 그 자체더군요. 매일 찾아가는 버거 가게가 아닌만큼 한 번쯤은 권하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아참, 콜라는 닥터 페퍼를 주문해야 합니다. 간만에 먹는 체리코크가 반가웠습니다. 물론 콜라는 필수입니다. 느끼함에 약한 분이라면 콜라 없이 드시긴 아마 힘드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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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원정대의 3번째 방문지를 찾으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버거집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햄버거의 고향이 미국인 만큼 미국 스타일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겁니다. 하지만 햄버거는 보통의 백반집과 달리 매일 찾는 메뉴가 아닌만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보통의 햄버거 가게는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찾는 빈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메뉴인만큼 고급화를 지향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도입한 크라이치즈버거의 낮은 가격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간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일반 한식보다 왠지 창업이 쉬울 것 같지만 망하기도 쉽다는게 크라이치즈버거 이사님의 조언이었습니다. 아직 햄버거를 밥처럼 찾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꼭 한 번 고려야해야할 요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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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대림창고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 상권은 성수동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일하던 3,4년 전부터 부동산을 알아보던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 동네를 자주 찾고 있었습니다. 이곳엔 배용준의 카페와 원빈의 건물도 있어요. 셀럽들에겐 이미 핫한 동네였다는 거죠.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이 곳의 매력?을 이미 이들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조그마한 건물들 사이사이로 생각지도 못한 가게들이 즐비한 성수동은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연남동이 인기를 끄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걷는 즐거움, 그곳에서의 뜻밖의 발견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동안 이 동네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멋진 동네가 더욱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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