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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의 맛, 크라이치즈버거

미국인 이안은 미시건주 출신입니다. 커뮤니티 모임에 여자친구를 따라 나온 그는 전형적인 외국인의 모습과 전혀 달랐습니다. 매우 수줍어하고 말 수도 적었습니다. 덕분에 함께 한 1시간 반의 식사 시간 동안 주로 화제를 꺼내든 건 다름아닌 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틀린 발음은 또박또박 지적?해주는 그 때문에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햄버거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에게 크라이치즈버거를 추천해보면 어떨까? 다행히 연락이 닿아 볕은 좋지만 바람이 불던 어느 주말 오후에 크라이치즈버거 양재점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물론 통역이 가능한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요.


2년 여 만에 다시 만난 이안은 여전히 낯을 많이 가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또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안의 말에 의하면 햄버거는 미국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음식입니다. 소를 키우고 유제품이 풍부한 미국인들이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빵과 고기가 주식인 이 나라 사람들에 고기 패티와 치즈가 들어간 이 음식이 당연히 사랑스러웠을 겁니다. 다만 넓은 땅 덩어리 탓에 이동 시간이 멀었던 이들에게는 염장 식품이 필수였습니다. 피자와 햄버거 등의 미국 음식이 짤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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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버거가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안은 아이스 하키는 없다, 그냥 하키라고 부른다며 제게 면박?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적어도 버거에 맛 만큼은 솔직하게 얘기해주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중인 그는 콜라를 먹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버거 가게보다 압도적으로 유지방 함량이 높은 밀크 쉐이크는 깨끗히 비워냈습니다. 그리고 시식하는 하는 동안 자신의 핸드폰에 꼼꼼히 메모를 하는 이안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미국에 가서 현지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겠구나 하구요. 아마도 엄청 까다롭게 그 맛을 음미했을 것 같아요. 반가움의 한 켠에는 분명 제대로 된 맛이 날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 켠에 가득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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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안은 미국 본토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그의 입맛이 모든 미국인들을 대표한다고 보긴 힘들겠지요. 하지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햄버거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크라이치즈버거를 맛본다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안은 버거를 먹는 동안 행복해보였습니다. 연안 식당에서 미역국을 먹던 그와는 아주 다르게 수다도 떨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쉐이크쉑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아이엠버거는 그 맛이 처음과 달라졌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꼼꼼히 적은 시식 후기를 여자친구의 메신저로 전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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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치즈버거는 태권도 사범으로 미국을 경험한 신지우 대표가 경기도 부천에게 조그맣게 시작한 햄버거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크라이치즈버거는 서울을 포함 6개의 매장을 가진 나름 매니아층을 가진 수제버거 브랜드로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는 햄버거는 '본토의 맛, 오리지널 버거'입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햄버거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수년 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각 재료의 맛이 잘 드러나는 균형 잡힌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그러니 진짜 본토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오늘 크라이치즈버거에 들러보세요. 단 미국인들처럼 짠 맛을 좋아한다면 약간의 소금을 곁들여야 할거에요. 본토의 맛을 추구하는 크라이치즈버거지만 입맛 만큼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맞추고 있으니까요. :)





* 미시건 주 출신 이안의 '크라이치즈버거' 시식 후기


감자튀김 - 가볍게 소금 간이 된 부드러운 속, 표준적인 좋은 맛이에요.


쉐이크 - 풍부한 바닐라톤이 가미된 달콤한 밀크향, 전통적인 미국식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매우 비슷한 맛이에요.


버거 - 구운 양파는 달콤하게 잘 구워졌어요. 야채는 신선하고 바삭합니다. 치즈는 크림 같은 식감의 순한 미국식 치즈에요. 아일랜드 소스는 가볍고 버거의 다른 맛을 보완해줍니다. 구운 패티는 소고기 풍미가 가득합니다. 미국 버거보다 소금간이 덜 된 한국인 입맛에 더 맞는 것 같아요. 매우 일반적인 빵은 다른 맛을 해치지 않습니다.


버거의 풍미는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릴 양파가 정말 맛있지만 다른 맛도 모두 존재하며 매우 미국적인 버거 경험을 하게 해주네요. 미국식 버거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소금의 양이 적다는 거에요. 매우 즐거운 식사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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