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내 맘대로 읽기

나는 심심하면 이마트의 전자 제품이나 하이마트를 찾는다. 최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모니터, 스피커 등을 맘껏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직접 구매하는 일은 많지 않다. 매장에서 직접 검색해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그 제품의 최저 가격을 한 번에 정리해서 보여준다면 어떨까? 나와 함께 일했던 프로그래머가 지금은 부장님이 되고 이사가 된 '다나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들은 물건을 직접 팔지 않는다(물론 일부 조립용 노트북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저 가격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이마트 전자 제품에서 모델명을 입력하고 가격을 검색하는 나 같은 소비자를 위해서 말이다.


디커플링은 바로 나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에서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검색을 위한 바코드를 아예 없애버렸다. 사람들이 가격 비교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이 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된다.


와이즐리.jpeg 와이즐리는 미국의 달러쉐이브클럽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다.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가격을 비교했다. 시장의 도도한 흐름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담고 있다. 인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일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맞다.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거였다. 그리고 제품을 전시하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고 고객이 아닌 회사로부터 그 비용을 받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다. 시장을 연구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쪼개보라(디커플링)'는 것이다. 이 책이 사례로 드는 에어비앤비는 호텔업의 소유와 서비스를 분리해버렸다. 부동산을 가지지 않고도 임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굳이 값비싼 빌딩을 소유하지 않아도 여분의 방을 가진 소비자들의 공간을 임대해 사람들이 원하는 '숙박'의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한 가지다. 기존의 서비스들을 '쪼개보는' 것이다.


최근 나는 브런치에 쓴 글들을 편집해 전자책을 만들었다. 전자책이라고는 하지만 워드 문서를 PDF로 변환한게 전부다. 그리고 이 전자책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크몽을 통해 판매해보기로 했다. 이때 크몽이 한 일은 무엇일까?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출판사가 하는 일을 잘게 쪼개는 거였다. 그리고 그 일을 대신 해줄 사람들을 모집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곳에선 기획도, 편집도, 집필도, 마케팅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소비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쪼개진' 일들만 맡기면 된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다.


크몽.jpeg 크몽이 한 일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필요를 잘게 쪼개고 그에 맞는 프리랜서를 모으는 일을 했다.


이 책은 아주 길고 장황하게 쓰여져 있다. 우리가 모르는 서비스들도 많다. 그리고 주된 사례들은 이미 한 물 간 브랜드들이라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 가지 배울 점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매달 면도날을 배송해주는 '와이즐리'가 왜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프린터를 싼 가격에 팔고 토너를 비싸게 판매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새로운 유통을 제안한 달러세이브 클럽을 그대로 벤치마킹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빅 세븐'을 제안한다. 바로 사람들이 먹고 입고 즐기는 7가지 요소들을 면밀히 분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욕망, 욕구를 분석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장의 필요를 '가치'라고 부른다. 이 책이 말하는 CVC가 바로 고객가치사슬이다. 한 마디로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거기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라고 권하고 있다. 뻔한 얘기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뻔한 말을 '디커플링'으로 정의하고 사례를 찾고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우리는 그 핵심적인 메시지만 이해하고 시장으로 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쪼갤지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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