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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에그슬럿'이냐구요? 코로나에 물어보세요!

국내에서 핫한 브랜드가 뜨면 저는 그 배경을 먼저 살핍니다. 어디선가 영감을 얻었거나 벤치마킹을 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가끔은 해외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브랜드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동굴 속 만화방을 연상시키는 '즐거운작당'이 그랬습니다(지금은 폐점했습니다). 토굴처럼 생긴 개인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는 새로운 컨셉의 만화방이라 무척 신선했거든요. 하지만 일본에는 이미 비슷한 스타일의 '망가 아트 호텔'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곳에선 만화 소믈리에가 만화책을 추천합니다. 물론 누가 누구에게 영감을 주었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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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네 어귀에 매장을 낸 '에그드랍'은 미국의 '에그슬럿'을 연상케 합니다. 달걀이 메인인 두 브랜드는 매우 비슷합니다. 자연스럽게 에그슬럿의 유래가 궁금해져 뒷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특정 브랜드가 뜨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물론 이들 브랜드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컨셉을 제시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삭토스트나 석봉토스트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전형적인 한국 토스트도 빵과 계란이 메인 아니던가요? 어쨌든 핵심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식사도 간식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음식들에 이토록 열광하게 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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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슬럿이 탄생한 LA는 영화 '라라랜드'의 첫 장면처럼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자연스럽게 아침 간편식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렇듯 출근길의 출출함을 달래줄 간편한 식사에 대한 니즈는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 겁니다. 강남이나 역삼 인근에 즐비했던(지금도 그런가요?) 김밥 파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쉽게 떠오르는 건 저만이 아닐거에요. 그리고 이런 메뉴 중에 가장 쉽게 떠오르는게 어묵과 한국식 토스트죠. 필요가 제품을 만드는 법입니다. 에그드랍과 에그슬럿, 그리고 이삭 토스트의 탄생 배경은 바로 이런 '간편한 아침'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동네임을 부정할 순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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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메뉴가 요즘 들어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 중 하나로 코로나19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파인 다이닝이 쇠퇴하고 패스트 캐주얼 메뉴들이 득세한 건 분명 코로나 때문이에요. 차려 먹는 외식 대신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최현석 쉐프가 왜 식당을 포기하고 햄버거 가게를 냈는지는 이걸로 조금은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식사 대신 스낵으로 끼니를 떼우는 '스내킹 트렌드'도 이런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성장했음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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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에그슬럿이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하나 떴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달려선 안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모든 브랜드는 결국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릇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사람들과 어울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 끼를 떼우더라도 제대로 된 간편한 영양식을 찾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니까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읽어낸 사람들이 에그슬럿과 에그드랍, 이삭토스트를 만들어냅니다. 위기가 기회를 만든다는 뻔한 얘기는 더는 하지 맙시다. 대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항상 세상에 'Why'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봅시다. 새로운 브랜드를 구상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사람만이 기필코 차별화된 멋진 브랜드를 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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