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한 마디로 관계 맺기다.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의 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만일 그런 팬덤이 1,000명을 넘었다면 이미 브랜딩에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스몰 스텝'에 관한 글을 연재해서 1,000명의 구독자를 얻었을 때, 단톡방을 오픈해서 1,000명을 모았을 때, 그때부터 내 삶에 작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브랜딩은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소비자들의 어떤 욕구를 채울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앞서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차별화되어 있어야 한다. 스몰 스텝은 '아주 작은 실천'이라는 명확한 차별화 요소가 있었다. 그와 함께 '나답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고객은 바로 나였다. 나는 이러한 나의 욕구를 브런치와 페이스북을 통해 솔직하게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브랜딩하는 첫 번째 스텝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는 나만의 팬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다섯 명을 모아놓고 스몰 스텝을 강연했다. 그 분들과 뜻이 맞아 매달 모임을 가졌다. 그 모임이 6개월이 지났을 때 갑자기 스무 명이 모이는 일이 벌어졌다. 그 다음은 60명, 그 다음은 100명... 그렇게 1,000명이 팬을 모아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 단톡방에는 세바시의 작가님이 계셨고, 그 분의 추천을 받아 세바시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의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네이밍과 카피, 스토리텔링, BI나 CI를 만드는 작업은 브랜딩의 본질이 아니다. '무신사'란 브랜드 네임은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에서 나왔다. 사람을 압도하는 엄청난 아이디어에서 나온 이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팬덤이 있었다. 신발에 관해서만큼은 믿을 수 있는 정보와 커뮤니티를 갖고 있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특히 그렇다. 이런 팬덤이 생명줄이다. 사람들의 욕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인 기업으로 4년 차를 맞고 있다. 작년 순 매출은 1억에 가까웠다(업의 특성상 비용이 따로 없다). 대한민국 상위 5% 안에 드는 수입이다. 하지만 아직도 변변한 로고 하나 없이 견디고 있다. 사무실도 친구와 나눠 쓰고, 여전히 직원 하나 없이 고정비 최소를 목표로 참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진 자산은 스몰 스텝, 그리고 스몰 브랜드라는 키워드이다. 스몰 스텝은 개인 브랜딩, 스몰 브랜드는 작은 기업들의 브랜딩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는 나름의 확실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자본도, 인력도, 자산도 없는 1인 기업이나 작은 기업의 브랜딩은 달라야 한다. 반복해 말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이다. 그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는 팬덤이다. 내가 만든 제품과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진정성을 이해해주는 소비자들을 찾아야 한다. 그들의 신뢰를 차곡 차곡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팬이 1,000명을 넘기는 순간 마치 끓는 점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입소문이 나고 마니아들이 생긴다. 로고나 네이밍, 스토리텔링은 그 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바야흐로 개인도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사람들이 작지만 다양한 욕구들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 욕구와 욕망을 눈에 보이는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브랜딩이다. 굳이 번듯한 사무실이나 매장을 내지 않아도 가능한 방법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꼭 있었으면 하는 제품,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가게, 참여하고 싶은 모임과 같은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보자. 그리고 나처럼 이런 생각들을 SNS에 올려 보자. 만일 반응이 있다면 100명의 팬을 모아보자. 그 다음으로 1,000명의 팬덤을 만들어 보자.
다시 말하지만 도구와 솔루션, 채널에 함몰되지 말자. 공감할 수 있는 생각만 있다면 이렇게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유튜브를 하겠다고 장비와 편집자부터 먼저 구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 대신 본질에 집중하자. 다시 묻고 싶다. 당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 서비스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의 어떤 숨은 욕구를 채울 수 있는가? 그것을 대신할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와는 어떻게 차별화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랜드의 핵심이고 본질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