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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를 한다면 이들처럼...

지인 중에 파란색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이이 있다. 옷은 물론이고 문구며 가구 인테리어까지 죄다 파란색이라 무슨 사연이 있나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분이 만일 카페를 연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된다. 파란색 간판에 파란색 테이블, 어쩌면 파란색 앞치마를 두른채 손님을 맞고 있지 않을까? 카페 이름은 분명 블루 보틀처럼 블루가 들어간 이름일거다. 그도 아니면 파랑새나 파랑주의보 같은 엉뚱한 이름이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이 시대의 카페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기호와 취향, 개성을 판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카페들의 공통점은 컨셉이 분명하다는 거다. 컨셉은 분명한 정체성에서 온다. 정체성이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단어다. 물론 맛과 서비스는 기본이다. 하지만 롱런하는 카페들은 거기에 더해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카페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만일 내가 카페를 연다면 어떤 모습일까? 가게 컬러는 오렌지색과 베이지를 주색으로 약간의 변주를 줄 것 같다. 인테리어는 철저히 북유럽 스타일을 따를 것이다. 창을 통으로 내고 최소한 두 개 면은 열린 공간에 자릴 잡을 것이다. 절반 정도의 테이블은 1인석으로 두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할애하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100권의 책을 엄선해서 책갈피마다 간단한 메모를 남기려 한다. 아마도 네이밍이나 로고에는 비버가 들어가겠지.


물론 오피스 상권의 카페는 가격과 카페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람들이 커피를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테니까. 하지만 요즘 힙한 동네 카페들은 저마다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손님들을 모은다. 망원동의 '비전 스트롤'이나 압구정의 '플링크' 같은 카페는 아예 간판이 없다. 그럼에도 주인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와 메뉴, 조명, 음악 때문에 개성 강한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가 비단 카페 뿐일까?


개성이 강하다는 건, 고집이 있다는 뜻이다. 자기만의 생각, 철학,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가치관은 공부와 경험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겠지. 어느 대학, 어느 직장이라는 스펙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좋아하는 자기만의 카페가 있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것이 이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스펙일지도.


요즘은 건축에 관심이 생겼다. 카페를 가면 어느 순간 조명부터 확인한다. 음악 만큼이나 스피커에도 관심이 간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상상하게 해주는 그런 카페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취향과 매력을 가진 사람인가. 그 개성이 내가 하는 일에도 묻어나는가. 간만에 압구정에 왔으니 개성 있는 카페를 찾아보아야겠다. 매력 있는 주인을 만나면 더욱 기분 좋겠지. 그리고 아직 생각에 그친 나만의 카페를 상상 속에서나마 조금 더 완성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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