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던 컨설턴트 한 분이 가족과 함께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이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며 신기한 듯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유럽, 일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는다. 미제와 워크맨에 압도당하던 시절을 살던 내 또래의 사람들에겐 언뜻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나는 이런 자신감을 몇몇 브랜드에서 느끼곤 한다.
'강혁'이라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젊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가지로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일단 이 브랜드는 소재부터 특이하다. 자동차에 쓰였던 에어백 재질로 만들어진다. 현대, 포드, 벤츠의 로고와 설명서가 그대로 적힌 소재로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요즘 가장 힙한 브랜드 중 하나다.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콜라보를 제안한다. 나는 우리 세대엔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는 브랜드 네임에서 앞서 얘기한 자신감을 보았다. 찰나의 국뽕이 아닌 MZ 세대의 잠재력을 보았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프릳츠의 80년대식 로고나 곰표 브랜드에 열광하는 세대들을, 레트로 트렌드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이건 애국심과도 크게 상관이 없다. 요즘 세대들은 새롭고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우리의 세대들보다 훨씬 더 열려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대라 평가절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은 마치 백지처럼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그들에겐 선진국이 따로 없고 대세도 따로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없다.
오늘은 망원동 시장 입구에서 고로케를 먹는 두 명의 외국인들을 만났다. 유튜브에는 글로벌 커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취향이다. 삶의 방식이 같다면 태국의 시골에서 살 수도 있고 브라질의 도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강혁'이란 브랜드로 국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의 세대와 얼마나 다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말 글로벌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지금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