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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 (1) - 시작하는 이야기

초등학교 때 소설을 썼다. '요'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편이었다. 어머니는 최소한 100여 페이지는 되었을 그 노트를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 오글거리는 내용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중학교 때는 교회 친구들에게 시집을 나눠주었다. '시에 영혼을 팔아먹은 소년'이라는 시집이었다. 직접 프린트를 하고 스태플러로 제본을 했다. 신기한 건 30년을 훌쩍 넘긴 그 시집을 많은 친구들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말하기의 즐거움을 발견한 건 대학에 와서였다. 항상 소심하고 우울했던 내가 사회학과에 입학하면서 이른바 '물'을 만났다. 과 특성상 조사와 발표가 많았는데 학우들이 하나같이 발표를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발표 수업이 좋았다. 거짓말 같지만 내 발표를 듣고 50대의 여교수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앞선 발표들을 하나같이 답답하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분의 '사회조사방법론' 수업은 F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발표 전문가로서의 내 아이덴티티는 친구들에게 선명했다. 수백 명이 쳐다보는 교양 수업에서의 발표도 즐겁기만 했다.


김키미 작가가 쓴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내가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브랜드가 되려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가? 내가 브랜드가 되면 좋은 건 무엇인가? 그리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 역시 브랜드가 되고 싶어하는 것일까? 질문이 목젖까지 차오르다가 '나는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까지 이르게 됐다. 나의 정체성과 차별화 요소에도 의문을 가지게 됐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사람들은 나를 어떤 이유로 찾는가? 그러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어쩌면 나라는 브랜드는 그때부터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글을 쓰고 대하는 나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다. 닭살 돋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나는 잘 읽히지 않는 문장을 감별하는 특별한 감각을 지녔다. 입에 씹히는 문장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타인의 성글게 쓴 문장을 읽기 좋게 고쳐 쓰는 일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하기만 해도 마찬가지다. 말로 밥 벌어먹는 세상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내 수입의 절반은 글, 그리고 말에서 온다.


40대 후반에 회사에 남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 때부터 두 번째 인생을 살아야하는 것이 작금이다. 나는 '개인도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이 시대의 필요가 매우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40대까지는 회사의 명함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그 명함을 버려야 하는 나이가 되면 '나를 팔 수 있는' 특별한 경쟁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준비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공부하지 않는다. 여기에 굳이 브랜딩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당신 나이 50이 되면 당신을 팔아야 한다. 이 때 당신은 무엇을 팔 수 있는가?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배운 것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길 가에 버려진 돌도 파는 사람들이 마케터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들이 필요를 넘어 '의미'를 소비한다는 데 있다. 중세 시절 유럽인들은 감자를 악마의 음식으로 여겨 아예 먹지를 않았다. 그런데 기근이 닥쳐 이들이 먹고 살 길이 오직 감자 밖에 남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때 영리한 영주는 이런 포고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감자는 귀족만 먹는다'. 이것이 사람들을 살리는 생명의 메시지가 되었다. '귀족만' 먹는 감자를 먹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의미의 힘이다. 가치 부여의 과정이다. 정력에 좋다고 하면 씨가 마르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목도하지 않았는가.


나를 팔아야 하는 초개인화의 시대가 왔다. SNS와 모바일이라는 도구도 주어졌다. 문제는 나의 무엇을 팔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은 이미 그 방법을 깨쳐 돈을 벌고 있다. '럭키'의 저자 김도윤은 지방 사립대 출신의 유튜버이자 작가다. 그런 그가 스스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책에 적고 있었다. 못해도 연간 수입이 2억 이상은 되어야 하는 수준이다. 사람들이 이 책을 사보는 이유가 거창한 데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악마의 음식에서 귀족의 음식으로 변신한 사람들이다. 브랜드란 바로 이런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나는 나이 50이 되어 글을 팔고 말을 판다. 읽을만한 글은 페이스북에 빼곡히 적어도 읽어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브랜드'란 주제로 10년 이상 공부하고 경험한 것들을 말과 글로 팔아 연 1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덕분에 한창 공부할 나이의 아이들을 뒷바라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연봉 3000을 겨우 넘기고 직장생활을 마친 사람 치고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라도 내가 가진 경쟁력을 알게 된 사실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더 행복한 일은 나의 이런 지식과 경험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그 방법을 한 가지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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