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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신기루 같았던 하루

어느새 시간은 흘러

by 리베르테

이른 아침 5시, 알람 소리에 서둘러 일어나 미리 준비해 놓은 먹을거리와 아이가 부탁한 것들을 챙겼다. 큰 아이를 별내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오늘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을 의식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는데, 어제 잠자는 타이밍을 놓쳤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걱정이 되었지만, 일어나야 할 동기가 있으면 몸은 알아서 반응했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내 안에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큰아이와 약속한 별내역에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오래간만이라 반가웠다. 나는 아이들만 보면 무장 해제된다. 그냥 좋고 행복하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오늘 수료식 장소인 화천군 사내 복합체육관으로 향했다. 벌써 6주간의 시간이 흘렀다니... 시간 참 빠르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모두 똑같은 군복을 입은 장병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나는 미리 받은 배치표를 보고 작은아이가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는 그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아이가 보였다. 먼발치에서 보았을 뿐인데도, 저절로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아이의 얼굴에도 방긋 웃음꽃이 피어났다. 기다림과 반가움이 뒤섞인 그 눈빛에는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주고받는 웃음은 마치 햇살처럼 빛났다.


늠름하고 반듯한 자세와 우렁찬 구령 소리는 6주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간이 마술을 부린 것 같았다. 입대식에서 보았던 모습은 간데없고, 눈빛은 결연했고, 몸은 단단해져 보였다.


오늘 수료식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일병으로 진급하며, 가족들이 직접 계급장을 가슴에 달아주는 순간이었다.


진행자가 “가족들은 장병들에게 일병 계급장을 직접 달아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안내하자, 가족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가 훈련을 마친 아들을 껴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이 아이의 가슴에 일병 계급장을 달아주며 눈이 빨개졌다. 그 순간 아이는 등을 곧게 펴고, 입가에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순간 내 마음에도 뿌듯함과 뭉클함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이상으로 수료식을 마칩니다"라는 말이 끝나자, 장병들은 동기들과 껴안고 환호했다. 체육관 가득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전우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후 6시 20분까지 부대로 복귀하면 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조금이라도 오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이는 바지락 칼국수나 짜장면이 제일 많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오늘은 '아이의 날'로 정하고 싶었다. 우리는 중식당을 찾아 아이의 바람대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근처를 산책하며 커피도 마시고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일초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준비한 블루베리와 복숭아, 수박 등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어떤 꽃이 이렇게 멋지고 근사할까?


아이는 6주가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은 몰랐다며, 이 속도라면 남은 복무 기간도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지내보니 훈련을 마친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하면 1년 6개월 동안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모든 것이 수월하고, 어렵지 않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졌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시간, 돌아가야 하는 그 시간은 저항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차에서 말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이니, 완전체가 된 것 같아. 승기 첫 휴가 나오면 여행 가자." 그 말에 모두 좋다고 했다.


부대 앞에서 아이만 내려주고 돌아가라는 장병들의 안내를 받아 차 안에서 "건강 조심하고, 안전도 주의하고, 곧 다시 만나자!" 말하며 볼에 뽀뽀하고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사랑해요~ 잘 지낼게요"라고 했고, 손을 흔들며 부대 안으로 사라졌다.


오늘 하루가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았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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