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 기록
"올해도 나는 제자리인 것 같았다."
12월이 다가오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달이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시작을 여는 1월과 마무리하는 12월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한 해를 되돌아볼 때면 어김없이 아쉽고 위축된 나 자신과 마주하곤 한다.
나는 늘 제자리걸음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상을 받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런 소식을 마주할 때면 자격지심이 밀려오고, 내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오늘 여러 개의 문자를 받았다. 대부분 광고였다. 친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겪은 후로 저장되지 않은 번호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한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자연드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벤트 10등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수기 공모였다. 9월에 응모했던 것인데, 선정 결과에 이름이 없어 잊고 있었다. 그런데 뒤늦은 문자가 오다니, 혹시나 해서 자연드림 홍보팀에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나서야 정보를 입력했다. 마일리지 5만 원.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 나도 뭔가 될 수 있구나.' 그런 확인이 필요했던 것 같다.
문자를 보고 나니 올해 도전했지만, 탈락했던 시도가 주르륵 떠올랐다.
세종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편집까지 마쳤고, 교통방송 송출을 목표로 공모전에 출품했다. 결과는 탈락.
AI 툴을 처음 배우며 55초짜리 지속 가능한 세종시 공익 영상을 만들었다.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아 끙끙거렸고, 결국 나머지 공부까지 해 겨우 완성했지만… 이것도 탈락.
또 다른 수기 공모전들도 있었다. 마음을 담아 썼지만, 소식이 없었다.
'역시 안 되는구나.'
탈락 통보받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배운 것을 적용해 보고 싶어서,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었다. 계속되는 탈락 앞에서 '굳이 시도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실망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잊고 있던 공모전 하나가 10등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결과도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계속 도전하길 잘했어." 그렇게 말해주는 목소리같았다.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하루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것, 결과가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것, 어쩌면 그 자체가 이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12월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엄격해진다. 작더라도 이루어 낸 것에 너그럽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을 생각하며 자책한다.
하지만 크든 작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시도 자체로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고, 결과와 상관없이 도전했다는 것만으로 응원받을 자격이 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작은 도전을 계속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한마디일지도 모르겠다.
10등도 괜찮아
탈락도 괜찮아
시도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해.